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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쉬면 돈 준다" 코로나가 앞당긴 상병수당 실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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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쉬면 돈 준다" 코로나가 앞당긴 상병수당 실험 시작

입력
2022.01.18 19:15
수정
2022.01.18 19: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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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3년간 3단계 시범사업... 2025년 도입

2021년 11월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 병원인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평택=뉴스1

2021년 11월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 병원인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평택=뉴스1

#택배기사 A씨는 무릎관절 수술로 6개월간 일을 쉬어야 했다. 수술비는 의료보험이 적용돼 그나마 괜찮지만, 문제는 일을 못 해 수입이 막혔다는 점이다. 처음엔 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메웠지만, 대출 이자 갚기도 만만찮다. 결국 A씨는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다. 몸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까지 없으니 속상함은 곱절이다. 성치 않은 몸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저 어서 빨리 나가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상병수당 도입이 추진된다. 상병수당이란 일정 치료 기간 동안은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아파도 생계 걱정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 때문에 병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근절하자는 취지다. 한마디로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3년간 3단계 시범사업 뒤 2025년 상병수당 도입

18일 보건복지부는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을 오는 7월부터 1년간 시행한다고 밝혔다. 19일 시범사업 참여 지자체 공모 절차를 시작, 도시형과 도농복합형 3곳씩 총 6곳을 선정한다. 이들 6개 지역 근로자 260만 명을 대상으로, 올해 예산 110억 원을 투입한다. 내년 7월엔 2단계, 후년 7월엔 3단계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2005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 끝에 도입된 장기요양보험 사업과 같은 형태다.

상병수당은 그간 우리나라의 오랜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업무 관련 질환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으로 소득을 보장했지만, 업무와 무관한 상병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대책이 없었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만 봐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35%가 1년 이내에 일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다고 쉬면 빈곤이 찾아온다. 아픈 근로자의 35.8%가 평균 6.2개월간 소득이 감소했고, 이 중 42.5%는 아프기 전 소득의 40%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픈 근로자 중 20% 안팎은 실직이나 폐업을 경험했고, 이후 재취업하더라도 이전 소득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병 발생 시 걱정사항(단위 : %, 복수응답)
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코로나19의 역설 "아프면 쉬게 하라"

이 점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상병수당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우리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상병수당 지급 근거 규정까지 만들어 뒀으나 도입되지 못했다.

상병수당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을 못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이들은 치료받는 기간 동안 소득이 없어 대출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 1년 차이던 2020년 상병수당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아픈 기간 동안 소득을 보전해 줌으로써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아픈 근로자에 대한 소득 안전망을 구축하며 △제때 충분한 치료를 통해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3년간 진행될 시범사업을 모니터링하면서 운영방식, 재원, 세부 대상자 기준, 보장수준 및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상병수당 제도는 질병으로 인한 소득 양극화를 방지하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체계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3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여건에 적합한 한국형 상병수당 제도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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