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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아줌마의 국민청원

입력
2022.01.17 18:00
수정
2022.01.18 09:19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붕어빵 ©게티이미지뱅크

붕어빵 ©게티이미지뱅크

버스 정류장 옆 주황색 비닐 포장으로 칼바람만 막은 노점에선 붕어빵 3개를 1,000원에 판다. 점점 사라지는 붕어빵 가게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반갑고, 안 오르는 게 없는 세상에서 선물 같은 착한 가격도 고맙다. 걸음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붕어빵 아줌마에게 한 손님이 1,000원어치만 달라고 한다. 그런데 아줌마가 건넨 봉지 안엔 붕어가 네 마리나 헤엄치고 있다. 따끈한 붕어빵보다 더 따뜻한 아줌마 마음을 받아 든 손님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다.

□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정을 나누려고 나온 듯한 아줌마에겐 단골이 많다. 여든, 아흔을 넘긴 할머니들도 매일 출석한다. 아줌마는 그런 할머니들을 위해 낡은 의자를 하나 갖다 놨다. 80대 할머니도 90대가 오면 일어난다. 붕어빵 가게는 어느새 동네 사랑방이다. 할머니는 자신보다 나중에 온 이들이 모두 붕어빵을 챙겨 간 뒤에야 자신의 붕어빵을 받아 집으로 향한다.

□ 붕어빵 아줌마처럼 떡볶이, 어묵, 호떡, 군고구마 장수 등 거리의 '특수 자영업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서민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전국의 노점상이 정부 추산으론 5만 명, 시민단체 주장으론 20만 명 안팎이다. 코로나19와 방역 강화로 텅 빈 거리에서 이들의 삶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손실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와는 달리 정작 더 열악한 처지인 노점상에 대해선 별다른 지원이 없다. ‘불법’이란 딱지가 붙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는 낙인이 찍힌 탓에 사회적 관심도 적다. 사각지대 노점상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이들을 사회 경제적 주체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제정 국민동의 청원이 시작된 배경이다. 그러나 동의 마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동의는 청원 성립 요건인 5만 명에 못 미치고 있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registered/D33F7B2C85A7739BE054A0369F40E84E

□ 겨울이 가기 전 가급적 자주 붕어빵을 사려 한다. 붕어빵 가게 위치를 지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가슴속 3천원, 붕세권)을 내려받아 별 다섯 개를 주고 ‘최고’라는 리뷰도 남긴다. 사람 사는 세상의 작은 온정도 느낄 수 없는 거리라면 너무 삭막하지 않겠는가.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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