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열차, 압록강 철교 건너 中 단둥 도착
북중 교역 재개 임박...코로나 사태 2년 만
北 영사부 소속 열차, 인적왕래는시기상조
김정은 "선진 방역" 강조해 통제 완화 시사
"美 제재 불구, 中 대북 컨트롤 역량 과시"
북한 신의주를 출발한 화물열차가 16일 국경을 넘어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했다. 육로 교역이 재개되는 건 2년 만이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2020년 1월 20일 국경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현지 소식통은 “오전 9시쯤 화물열차가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를 건너 단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 열차는 중국에서 생필품, 의약품 등을 싣고 17일 북한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 공안은 이른 아침부터 압록강 철교와 단둥역 부근 경계를 강화하고 일반인 접근을 통제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날 넘어온 열차는 단둥 주재 북한 영사부 소속”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중 간 화물열차 시험운행을 17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안다”며 “다만 양쪽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정상운행인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화물이 아닌 여객열차를 통한 인적 왕래를 재개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연간 100만 명을 웃돌았다.
지난해 4월에도 단둥역에서는 단둥과 평양 서포역을 오가는 열차에 식량과 물자를 실은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북중 화물운송이 부분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그뿐이었다. 중국 해관총서(우리의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북한의 대중 수입규모는 2억2,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90% 감소한 수치다. 북한은 코로나 이후 닫힌 육로 대신 평안남도 남포를 통해 선박으로 중국과 해상 무역을 이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시키는 데 필요한 수단과 역량을 보강·완비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외부접촉을 철저히 차단하는 기존 통제위주 방역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외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신의주 인근 의주공항에 대형 방역설비를 갖추고 중국과 교역을 준비해왔다. 앞서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양국은 지난해 11월 육로 무역 재개 방침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대중 수출품 소독·격리기간으로 3일을 주장한 반면 중국은 14일을 고집해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은 코로나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교역에 물꼬를 트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다만 양국이 손을 맞잡으려는 시점이 공교롭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무시하며 최근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하고, 이에 맞서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북한 인사들을 제재하며 압박수위를 높일 때다. 무엇보다 중국은 15일 수도 베이징마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뚫리며 전역이 코로나19 확산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런 최악의 국면에서 중국이 굳이 국경의 빗장을 풀려는 것은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리춘푸 중국 난카이대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최우선으로 원하는 건 제재 완화”라며 “제재를 앞세운 미국과 달리 중국은 북한을 컨트롤할 역량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북 접근법에서 미국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중국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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