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네덜란드, '외교적 보이콧' 동참
대만, 올림픽 열기·정치적 논란 우려해
보이콧 선언 자제...반중정서와 선 긋기
中 "30여명 대만 학생 올림픽 자원봉사"
베이징동계올림픽이 15일로 꼭 20일 남았다. 중국의 인권문제를 이유로 정부사절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에 유럽국가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만은 뒤로 빠졌다. 중국의 위협이 고조돼 관계가 갈수록 험악한 상황에서도 보이콧만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덴마크가 14일(현지시간)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이 지난달 6일(현지시간) 중국 신장지역 인권 탄압을 비판하며 포문을 연 이래 10여 개국이 동참했다. 중국 견제 기밀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을 포함해 일본, 에스토니아, 벨기에 등이 중국에 등을 돌렸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중국 인권이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조치를 외교적 보이콧 명분으로 내세웠다.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11월 ‘대만 대표처’를 개설하며 대만과 손을 잡았다. 이후 중국과 주재국 대사를 상호 소환해 갈등이 격해지는 와중에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달리 당사자인 대만은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낼지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만 여론조사에서 중국의 압력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통일방식에 반대하고, 미국 등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와 결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90%에 육박하지만, 정부는 중국에 반기를 들기보다는 여전히 상황을 주시할 뿐이다.
대만이 머뭇대는 건 올림픽의 좋은 기억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5월 이후 코로나19 폭증으로 추락한 자존심을 되살렸다. 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는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차이잉원 총통은 전투기 4대를 띄워 선수단 전세기를 호위하며 올림픽 열기를 만끽했다.
따라서 외교적 보이콧으로 찬물을 끼얹는 건 대만인들의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차이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달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해 기세가 오른 만큼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줘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보이콧 선언으로 자칫 대만 선수단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대만은 2018년 올림픽 참가 명칭을 ‘차이니스 타이베이’에서 ‘대만’으로 바꾸자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유권자 25% 찬성’ 기준에 못 미쳐 부결된 전례가 있다. 명칭을 바꿀 경우 올림픽 참가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중 정서와 올림픽 참가를 별개로 구분한 셈이다.
대만이 고심하는 사이 중국이 발 빠르게 손을 내밀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12일 “대만 선수단은 스피드스케이팅, 루지, 알파인스키 종목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에서 공부하는 30여 명의 대만 학생이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대만 정부에게 외교적 보이콧을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동계스포츠에 약한 대만은 4년 전 평창올림픽에 4명의 선수단을 보냈다.
이처럼 목소리를 낮추는 대만과 달리,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불협화음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15일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에 참여하는 국가를 가능한 많이 늘려 중국에 대항하는 연합 전선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만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대만 문제는 베이징올림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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