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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최소 10년 간다 ... 호흡기 감염병 대비 시스템 만들어야"

입력
2022.01.17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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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년 차] 김진용 인천의료원 과장
①치료제 나온 올해엔 의료체계 정상화해야
②복지부·질병청 산하 종합병원급 기관 필요
③감염병 대응 위한 보건역량이 안보이자 국력

편집자주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만 2년이 됐다. 백신과 치료제가 도입됐지만, 오미크론 등 변이 확산은 여전히 암울한 소식이다. 코로나 3년 차를 맞아 현장 의료진에게 2022년이 뉴노멀의 기점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물었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오미크론 환자 11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세포 배양 시 델타에 비해 꽤 오랫동안 증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만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서재훈 기자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오미크론 환자 11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세포 배양 시 델타에 비해 꽤 오랫동안 증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만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서재훈 기자

"저는 최소 10년은 봅니다."

모두가 코로나19 사태가 대체 언제까지 갈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는 하는 걸까, 궁금해질 법도 하다. 이 질문에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와 오미크론 변이 환자의 주치의였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내놓은 대답이다.

지난 11일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인천의료원에서 만난 그는 "재난 대응 때 초기 단계에는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는 게 맞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음이 무엇이냐'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막연하게 내년 여름엔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호흡기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인천의료원 의료진이 의료장비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인천=서재훈 기자

11일 인천의료원 의료진이 의료장비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인천=서재훈 기자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지난해 12월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 진료를 맡았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첫 환자가 왔을 때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모든 의료진이 가장 안전한 보호구를 착용했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에크모(인공심폐장치)까지 대기시켰다. 그에 비하자면 오미크론 확진자 진료 때는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안했다.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워서이기도 하지만, 격리음압병상도 있었고 코로나19에 대한 지식이 좀 쌓였기 때문이다."

-어떤 지식을 말하는 건가.

"예를 들어 오미크론 환자라는 걸 빨리 알아낸 데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역할이 컸다. 미리 아프리카 등 검역 지정 국가에서 온 환자들의 검체를 빼서 PCR 검사를 하고 있었고, 당시 나이지리아는 검역 국가는 아니었지만 혹시 몰라서 검사를 했는데, 양성이 나왔다."

-선제적 움직임이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 질병관리청과 긴밀히 협조해 시료 체취부터 연구·분석까지 제법 빠르게 이뤄졌다. 오미크론 진단 키트도 만들고, 백신·치료제 연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쌓인 덕분에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세포 배양 검사 결과, 델타는 증상 발현 후 3, 4일 정도까지 증식했는데, 오미크론은 훨씬 오래 자랐다. 그래서 전파력이 높은 거다. 연구 결과는 곧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코로나19와 2년간의 전쟁을 치렀다. 소회는 어떤지.

"첫 1년은 임상의사로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게 뻔히 보이는데 좋아지게 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지난해엔 그래도 백신과 항체치료제가 나와서 중증도는 낮출 수 있었다. 다만 국가가 전반적으로 통제를 가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도록 만들어뒀다. 올해엔 치료제가 나왔다. 기존 의료체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통제 목적의 1급 법정감염병에서 해제해야 한다."

-의료체계 복원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모든 동네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보자는 건 아니다. 최소 구청당 한두 개 정도의 외래진료센터를 갖추면 된다. 환자 수로 보면 외래진료가 필요한 경증환자가 제일 많고 입원 환자, 중환자 순이다. 정부가 중환자 병상 수만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다."

-대책이 있을까.

"중장기적으로는 호흡기 감염병 인증병원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감염병은 계속 생겨날 텐데 음압시설 갖추고 동선도 분리된 전문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름 코로나19 전문가라는 나도 증상만으론 코로나19 진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초기 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또 이들 병원은 감시타워 역할도 해야 한다. 호흡기 검체를 꾸준히 확보하다보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체도 조기에 발견해 낼 수 있다."

코로나19 첫 환자와 오미크론 변이 첫 환자를 진료한 김진용 과장은 "인천의 지역 특성상 신종 감염병 초기 환자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인천=서재훈 기자

코로나19 첫 환자와 오미크론 변이 첫 환자를 진료한 김진용 과장은 "인천의 지역 특성상 신종 감염병 초기 환자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인천=서재훈 기자

-초기 진단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가.

"역학조사를 빨리 해서 접촉자를 파악해내는 건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증상이 있는데 검사를 빨리 해서 감기인지 코로나19인지 구분하는 과정은 여전히 늦다. 현장에서 보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여전히 해열제나 종합감기약 먹다가 뒤늦게 병원에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주에 호흡곤란 증세로 50대 백신 미접종자 부부가 입원했는데, 그들도 처음에 감기약만 먹었다고 했다. 사경을 헤매다 남편분은 끝내 숨졌다. 백신 접종과 조기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공의료' 문제가 많이 거론된다. 무얼 보강해야 하나.

"지금 공공의료는 '병상 수'로만 표현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의미가 없다. 지금 전체 병상 수의 10%가 공공의료라지만, 존재감은 1%도 안 된다. 그보다는 차라리 표준 진료를 할 수 있는 종합병원급 공공의료가 필요하다. 국가의 보건정책에 필요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이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산하에 제대로 된 종합병원을 하나 만들어두면 새로운 감염병이 왔을 때 병원체 확보, 실험·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보여주듯 바이러스 먼저 확보해서 진단키트·백신·치료제를 빨리 만드는 게 이제 안보이자 국력인 시대가 됐다."

인천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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