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 해결 위해선 청년 생태계 구축 시급
공항처럼 미래 투자 사업에 청년 목소리 더 반영해야
대구, 청년과 기관의 간극 점점 좁아지고 있어 희망적
청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판만 봐도 그렇다. 제1야당 대표로 30대인 '이준석'이 되는가 하면 대선 후보들도 '이대남', '이대녀'로 불리는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껏 청년이 정치 소외층으로 인식되어 소위 사진 찍기용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지난해 9월, 대구는 지자체 청년정책 선도 및 전국적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청년정책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서울에 이은 전국 두 번째 수상이다. 대구시는 일찍부터 청년문제, 청년정책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의 이미지가 강한 지역인 만큼 의미 있는 성과다.
지난해 대구광역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청년분과 위원장, 대구청년정책네트워크 부상임위원장을 맡아 대구 청년의 '스피커'역할을 자처했던 최준영(33)씨를 만나 대구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최준영 씨와의 일문일답.
- 최근 대구의 청년 유출은 점점 가속화 하고 있다. 청년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구심도 든다.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것은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청년이 원하는 형태의 직장 또는 선망하는 분야의 직장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단번에 기가 막힌 청년정책으로 대구를 떠나려는 청년을 붙잡기는 어렵다. 다만, 대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려는 청년들은 잡을 수는 있다. 대구시에서 귀환 청년들을 위해 창업 지원, 일자리 매칭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이 머무를 수 있는 도시, 대구’라는 도시브랜드를 차츰 바꿔나간다면 자연스레 유출되는 청년 인구도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현실적으로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질문이 잘못됐다. 아까 얘기했듯이 청년문제는 단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청년이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을 단순히 청년정책의 수혜자의 관점에서 볼 것 아니라 주체자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청년은 미래 인재다. 동정으로서 청년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청년과 협업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청년을 미숙한 존재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기회를 주면 새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 그렇다면 지금 가장 목소리를 내고 싶은 지역 현안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관심이 많다. 대구는 과거부터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교역의 중심지였다. 구한말에는 ‘서상돈’이라는 거상이 탄생하지 않았나. 이제는 하늘길의 시대인 만큼 공항과 인접한 도시가 경쟁력을 가진다. 침체된 대구 경북의 경제 분위기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구경북신공항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공항으로 얻는 경제적 파급효과다. 공항 자체적인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교통의 이점을 위해 기업들이 유치된다면 지역 청년의 여건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구공항 이전터의 활용이다. 현 상황에서 대구 도심 내 660만제곱미터(200만평)에 달하는 부지를 얻기는 어렵다. 그곳을 성남의 판교처럼 디지털 벤처도시로 활용한다면 대구가 청년도시로서 활기를 띠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동구 혁신도시, 수성구 알파시티, 구미 산업단지 등 주변 기반은 갖췄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모두 묶어줄 중심축이 필요하다.
- 지역 청년으로서 대구경북신공항과 관련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신공항은 근본 인프라다. 그런 희망이 있어야 청년들을 지역에서 꿈을 꿀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대구경북신공항은 지방공항 수준으로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는 점이다. 늦더라도 중규모 공항 수준의 공항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공항의 활주로 길이만큼 취항하는 여객기도 달라진다. 짧은 활주로(2.7㎞)는 성장판을 깎아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드시 유럽과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는 3.5㎞ 대형 활주로를 건설해 청년들이 또 우리 후배들이 미래 인재로, 세계 인재로 커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미래 투자 부분에 청년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일’, 혹은 청년의 일이기 때문이다.
- 서울에서도 활동한 경험이 있다. 서울과 대구는 청년문제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나?
기본적으로 청년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다르다. 서울 청년의 의사 구조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활동의 결과물이다. 단순히 문제 제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 방식을 직접 찾고 시행한다. 서울의 청년조직은 그럴 수 있는 조직력과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구는 기관 의존도가 높다. 그렇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제시되더라도 청년과 공무원 간의 문법이 달라 실제로 반영되기까지 어려움이 많다. 다행인 점은, 청년정책제안 기구인 '대구청년정책네트워크'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청년분과', 대구광역시청년센터가 중심이 되어 그 간극을 좁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취업 준비를 잠시 접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대학 사회와 지역사회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참여해 사람들과 어우러져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취업 준비의 스트레스와 활동의 행복 속에서 조금 더 활동을 하기로 택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 활동 이력들이 자산이 되어 교육사단법인 점프 현대자동차그룹-경북대학교 프로젝트 매니저,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청소년 지도팀장 등의 일자리로 이어졌다. 미래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기 나름이 아닐까.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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