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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담화 9시간 만 대낮 '미사일 도발'... 북미 '강대강' 대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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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담화 9시간 만 대낮 '미사일 도발'... 북미 '강대강' 대치 시작됐다

입력
2022.01.14 20: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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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사이 세번째... 신무기는 아닌 듯
美 제재에 즉각 응수 "대결 쐐기박기"
靑 "北, 대화 호응하라"지만 출구 없어

11일 북한이 올 들어 두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자칭)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11일 북한이 올 들어 두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자칭)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담화 9시간 만에 감행한 전격 도발이었다. 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또 미사일을 쐈다. 열흘 사이 벌써 세 번째 군사행동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무력시위에 첫 제재 카드를 꺼내자 “제재에는 미사일로 맞선다”는 ‘강 대 강’ 대결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북미관계의 경색 구도가 굳어진 것은 물론,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강한 유감”을 표했으나,이번에도 “규탄”이나 “도발” 표현은 쓰지 않았다.

KN-23 개량형 추정... "성능 향상 점검한 듯"

합동참모본부는 “오후 2시 41분과 52분쯤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발사체 비행거리는 약 430㎞, 고도는 36㎞로 조사됐다. 최대 속도는 마하 6(시속 7,344㎞) 정도로 측정됐다.

현재로선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개량형 가능성이 유력하다. 북한은 지난해 3월 25일, 과거에 비해 탄두중량을 2.5톤으로 늘린 KN-23 개량형을 처음 선보였는데, 그해 9월 15일 평안남도 양덕 일대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 천장에서 이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열차를 활용한 미사일 플랫폼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이번 역시 신규 플랫폼을 깜짝 동원했을 수 있다.

KN-23은 하강단계에서 수평 저공비행을 하다 다시 급상승하는, ‘풀업 기동’이 특징인 탓에 비행 궤적이 일정하지 않아 탐지ㆍ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당국은 “(발사) 관련 징후가 보여 대비 태세를 유지했고 우리 탐지자산으로 포착했다”고 확인했다.

군 당국의 분석이 맞다면 기존 미사일 성능을 재점검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탄도미사일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새 기종은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이 연속 두 발을 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신무기를 테스트할 때는 대개 한 발만 사용한다.

美 겨냥 '정치적 도발'... 북미 난타전 불가피

1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북한이 기술적 진전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탄도미사일을 급박하게 발사한 것은 철저히 미국에 초점을 맞춘 ‘정치적 도발’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발사 시점이 ‘대낮’인 점만 봐도 그렇다. 5,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해 이전에는 통상 이른 아침 발사체를 시험했다. 전례도 있다. 북한이 가장 최근 오후 시간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건 지난해 9월 15일(낮 12시 34분, 12시 39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참관하에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발사 참관 행사가 열리기 1시간 30분 전이었다. 이번에도 12일(현지시간) 무기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6명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압박에 즉각 대응 의지를 보여주려 예정에 없던 시험발사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북미관계는 당분간 제재와 도발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말’을 던지자마자 ‘행동’에 옮긴 점에서도 북한의 대결 의지가 느껴진다. 이날 발사는 “(미국이) 기어코 대결적 자세를 취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 분명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오전 6시 3분)가 공개된 지 8시간 40여 분 만에 이뤄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반발하더라도 북한이 내세우는 명분과 원칙을 각인시키겠다는 ‘반(反)작용’ 도발, ‘쐐기박기’ 전략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물론 ‘협상 여지’까지 소멸되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날도 사거리와 속도 면에서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 위기 지수는 끌어올리되, 직접 대결의사는 없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고강도 도발은 피하면서 속도전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셈법”이라고 진단했다.

靑 "강한 유감" 반복... 더 곤궁해진 대화 논리

NSC는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한 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강한 유감”이라면서도 “북한의 조속한 대화 호응”에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는 11일에도 같은 표현을 썼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인내심을 거두고 제재를 단행한 만큼, 정부도 어느 정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대응 방향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핵 문제를 다루는 실무진은 물론, 유관 부처들이 미일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킬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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