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파탄 저지 다음 대통령에 달렸는데...청소년들 "후보들 답변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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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파탄 저지 다음 대통령에 달렸는데...청소년들 "후보들 답변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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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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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대선 후보들 공약 분석
2도 상승 땐, 북극 빙하 복원 불가능한데도
주요 후보들 1.5도 넘는 탄소배출안 제시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청소년들이 결석 시위를 하며 서울 종로구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2019년 3차례 결석시위(1,200명 참가)를 주도했고, 2020년 3월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선임됐다가 “정부와 산업계의 이익만 대변한다”며 사퇴한 첫 번째 민간위원도 이 단체 활동가였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대선후보들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보면 절망감이 들어요. 기후위기를 외면한 채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한 것이 정치인가요?”

한국일보 기자와 화상인터뷰로 만난 김보림(29)ㆍ김서경(21)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의 말이다. 청소년기후행동은 2018년 청소년들의 모임에서 시작한 단체다. 현재 약 300명의 회원과 활동가를 두고 있다. 약 80%가 10대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들은 3년 전부터 활동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청소년기후행동의 프로젝트 ‘모두의 기후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그해 9월부터 시민 1,570명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하고 질의서를 작성해, 3개월간 대선후보에게 보내 답변을 받았다.

이를 고등학생들이 치르는 대입수능 모의고사 형식을 빌려 ‘기후정책비전검증고사’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공개했다. 이후 후보별 행보를 감시하며 기후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했다. 향후 5년이 기후위기 대응을 결정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이 컸다.


청소년기후행동은 대선후보들로부터 답변을 받아 대입수능 모의고사를 모방해 '기후정책비전검증고사' 형식으로 공개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그러나 대선후보들의 대답은 느긋하다. 청소년들이 후보별 답변에 내린 총평에는 이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추상적인 말로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았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념에 따라서만 문제를 다루고 있다.(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기술에 대해서만 강조했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답변이 당위적 선언에 그쳤다.(심상정 정의당 후보)”

특히 청소년들은 후보들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산업화 이전 대비)를 넘기는 수준이라며 큰 실망감을 보였다. 1.5도는 기후학자들이 합의한 기후위기 대응의 한계선이다. 1.5도 때는 북극 빙하가 100년에 한 번 완전 소멸하지만, 2도 상승 땐 10년에 한 번꼴로 완전 소멸해 복원이 어렵다. 국제사회도 2015년 파리기후협약 때 2도를 목표로 삼았다가 2018년 1.5도로 조정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후보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지구 온도 상승 예상치를 비교했다.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00만 톤 이하일 경우에만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초록색 부분)할 수 있는데, 주요 후보들은 모두 이를 넘어선 감축안을 제시했다.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2도 이내(노란색), 안철수 후보는 3도 이내이다. 윤석열 후보는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으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배출량(727.6만 톤) 수준인 700만 톤을 배출하면 4도가 오른다. 온도 상승폭 예측치는 국제 기후정책 분석 기관 '기후행동추적(CAT)'을 참고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주요 후보들 답변을 보면, 모두 2030년에 1.5도를 넘기는 수준의 NDC를 제시했다.

국제 기후정책 분석 기관인 기후행동추적(CAT)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00만 톤 이하(2018년 대비 59% 감축)여야 한다. ‘공정한 분담’을 고려해 CAT가 재산출한 수치다. 앞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목표를 위해서는 전 세계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CAT가 국가별 배출 책임과 저감 역량 등을 고려해 목표량을 재설정했다.

국제 기후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도 한국에 2017년 기준보다 70%를 줄여서 약 218만 톤을 배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63.8만 톤 배출하겠다(2018년의 50% 수준)고 밝혔다. 이마저도 현 정부의 NDC인 40%를 제시했다가 이후 50%로 상향했다.

안철수 후보는 감축 기준 연도를 제시하지 않은 채 40%라고만 답해 정확한 배출량을 추정하기 어려웠다. 심상정 후보는 2010년 대비 50%를 제시했는데 이 역시 328만 톤에 그친다. 이는 IPCC의 권고 수준보다는 높지만 CAT 제안보다는 낮다. 윤석열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김보림 활동가는 “후보들 모두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낮추겠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구체적 목표치는 현저히 낮거나 제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의미 없는 탄소중립 선언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말이 굉장히 기만적으로 들린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시뻘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7월부터 한 달간 55건 이상의 산불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합의체(IPCC)는 지구 기온이 1.5도 오르면 50년에 한 번 일어날 법한 재난이 8.6배, 2도 오르면 13.9배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연합뉴스

IPCC는 기온 상승폭이 2021~2040년 1.5도를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 내에 1.5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는 기후학자도 많다. 다음 대통령은 최소 8년 남은 기간 중 5년을 좌우하게 된다.

김서경 활동가는 “과학자들이 수차례 기후위기 대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해도 정치권은 문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후보들은 산업 논리를 이유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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