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작년 피소
민간인 신분으로 미국 법정서 재판받게 돼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 영국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ㆍ61)의 군 직함이 박탈됐다. 왕실 존칭인 ‘전하(His royal highness)’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영국 왕실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승인과 동의에 따라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과 왕실 후원자 자격 등이 여왕에게 반환됐다”고 밝혔다. 또 “앤드루 왕자는 어떠한 공적 임무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며, 민간인으로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왕자는 영국 해군에서 22년간 복무했고, 앞서 1982년에는 포클랜드 전쟁에 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앤드루 왕자의 역할은 다른 왕실 구성원에게 재분배 될 것”이라며 “왕실은 이 문제를 폭넓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영국 국방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왕궁의 문제”라면서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다. 이날 오전 영국 군 출신 인사 150여명은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을 박탈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개 서한을 여왕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제 앤드루 왕자는 왕실 보호막 없이 재판에 임해야 한다. 그는 지난 2001년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이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를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8월 피소됐다. 앤드루 왕자는 2009년 엡스타인이 50만 달러(약 6억 원)에 피해자와 면책 합의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자신의 법적 책임 또한 면제됐다고 주장하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으나,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은 올가을 즈음 열릴 예정이다.
앤드루 왕자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2019년 여왕과 상의를 거쳐 왕실 일원으로서 모든 공식 임무를 중단했다. 이듬해 딸인 베아트리스 공주가 결혼할 때 공식 결혼 사진에서도 빠졌다. 그해 60세 생일을 맞아 해군 제독으로 진급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연기됐다.
이번 군 직함 박탈 결정을 두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여왕이 ‘가장 아끼는 자녀’였던 차남 앤드루 왕자에 대한 인내심을 잃었음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왕실 언론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비터는 “여왕은 매우 슬퍼하고 있겠지만 실용적인 사람이기도 하다”며 “이건 왕실의 이해 보호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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