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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의 '사적' 통화

입력
2022.01.1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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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유튜브 채널 기자가 그와 20여 차례에 걸쳐 7시간 통화한 내용이 보도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유튜브 채널 기자가 그와 20여 차례에 걸쳐 7시간 통화한 내용이 보도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유튜브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16일 예정)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측은 기자가 ‘악의적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며 “사적 통화”임을 주장하고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의소리 측은 “처음부터 기자임을 밝히고 통화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6개월간 20여 차례나 통화하고 MBC에 녹음파일을 넘기기 전까지 묵혀둔 정황을 보면 순전히 인터뷰를 위한 통화인지 의문이 든다.

□ 사적 대화라도 공적 사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한때 전 국민을 분노케 한 교육부 간부의 “민중은 개, 돼지” “신분제 공고화” 발언도 기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를 보도한 신문사는 고위 공직자의 위헌적 인식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사 대상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고, 역시 소송을 거쳐 최종 강등 징계를 받았다. 김씨의 통화도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없지 않아 보인다.

□ 김씨가 통화 녹음에 동의했는지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언론사 기자라면 신분과 취재 목적을 밝히는 것이 기본이고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녹음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녹음된 육성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불가피한 잠입 취재가 아닌 한 동의를 받아야 옳다. 서울의소리 기자가 이런 원칙을 지켰는지는 불확실한데, 이제 보도의 주체가 된 MBC가 이러한 맥락과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 공인의 사생활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언론 보도의 기준이 늘 분명하지는 않다.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사적 영역 침해가 용납되곤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 전체가 사생활 침해에 둔감한 게 근본적 문제다. 공인이 아닌 개인도 신상이 털리고 온라인 폭력에 시달린다. 불법 성착취물은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되는 가장 내밀한 인격권 침해인데도 ‘야동’이라며 공유해 보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인격권은 삶을 지탱하는 기본권이다. 보다 엄격한 기준을 찾을 때가 됐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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