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불암'이라고요? 소머리국밥에 빠진 외국인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독일 최불암'이라고요? 소머리국밥에 빠진 외국인

입력
2022.01.14 04:30
0 0

EBS '한국기행' 리포터 다리오 조셉 리
한국의 숨겨진 맛과 비경 소개
어머니는 파독 간호사·아버지 독일인
독일서 경영학 전공하다 큰 교통사고
"정(情), 묵은지 김치찜 그리워 한국 왔죠"

독일인 다리오 조셉 리가 '한국기행'에서 게를 먹고 있다. 그는 꼬막도 좋아한다. EBS 제공

뽀얗게 우려난 고깃국물에 소머리 고기를 듬뿍 넣고 송송 썬 대파를 띄운 뜨끈한 국밥. 사내는 국물을 한 숟갈 입어 넣자마자 "아, 살 거 같다"고 탄복했다. 울산의 언양읍에 있는 50년 된 이 노포에서 국밥을 먹기 위해 그는 경기 파주에서 네 시간 넘게 차를 몰아 홀로 내려왔다. EBS '한국기행'에서 한국의 숨겨진 맛과 비경을 소개하는, 독일인 다리오 조셉 리(38)다. 국밥에 살 것 같다는 독일 사내라니. "진짜 기절할 뻔했어요, 너무 맛있어서". 13일 전화로 만난 다리오가 웃으며 말했다.

독일인 다리오가 '한국기행'에서 집간장을 맛보고 있다. EBS 제공

다리오는 2019년 4월부터 '한국기행'에 출연했다. 전남 해남을 시작으로 예능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해진 신안 만재도, 강원 횡성, 경남 통영 갈도 등을 찾았다. 올 정초엔 전북 무주를 다녀왔다. 시골의 경치, 사람, 음식을 소개하는 '외국인 최불암(KBS '한국인의 밥상' 진행)'인 셈이다. 실제 다리오는 지난해 최불암 김민자 부부를 만나 함께 밥을 먹기도 했다. 그는 "최불암 선생님이 인생 상담을 해주셨다"며 "개인적으로 간혹 연락드린다"고 말했다.

독일인 다리오가 유년 시절 색동옷을 입고 있는 모습. 다리오 제공

다리오와 한국의 인연은 1984년에 시작됐다. 그의 어머니는 1960~70년대 한국 정부에서 독일로 파견한 간호사였고, 맥주 주조사였던 독일인을 만나 현지에서 다리오를 낳았다. 다리오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충북 충주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일에 쫓겨 부득이 한국 외할머니 댁에 그를 맡겼다고 한다. 여섯 살 때 다시 독일로 간 다리오는 베를린에 살며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005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마약을 한 운전자가 몬 차에 치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다리오는 돌연 한국행을 택했다.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며 제가 독일인인지 한국인인지 정체성 혼란을 느꼈어요. 큰 사고를 당하고 나니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싶은 거 하자'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고향인 한국에 왔죠. 그러다 다시 독일로 갔는데 향수병에 걸린 거예요. 정(情), 묵은지 김치찜 등이 생각나면서요. 두 번째 인생을 한국에서 시작하기로 했죠."

다리오는 2007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 외국인에게 정착은 쉽지 않았다. 그는 한때 "한 달 동안 라면만 먹었다"고 했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에 외국인으로 출연했지만, 밥벌이는 불안했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흰쌀밥에 고등어 얹어 구운 김에 싸 먹는 것"이다. 2년 넘게 '한국기행'으로 전국을 누비다 보니 흑산도의 홍어삼합 맛에도 푹 빠졌다고 한다. 다리오는 "만재도에서 해녀들을 만났는데 꼭 우리 할머니 같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다리오는 요즘 경기 양평에서 독일 소시지 제작 마이스터 과정을 밟고 있다. 외국인으로 한국의 음식을 소개하지만, 독일인으로서 소시지를 한국에 제대로 알리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한국기행'으로 섬도 가고 숲에서도 자다 보니 도시 생활이 싫어지더라고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마당이 있는 예쁜 한옥에서 살고 싶어요. 한적한 산골에서요."

양승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