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계 "샤넬, 3~10%가량 가격 인상할 듯"
'코코핸들' '보이백' 등 인기 제품 인상 전망
美 블룸버그 "클래식백, 2년간 60% 가격 인상"
시계브랜드 IWC...가격만 높이다 결국 인하 정책
"샤넬이 2월에 가격을 인상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회사에 하루 연차를 내고 '오픈런(매장이 오픈하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할 계획이에요."
직장인 손모(35)씨는 다음 달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해 샤넬의 '탑핸들 플랩백(코코핸들)'을 사려고 오픈런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구입에 실패했다. 그런데 다음 달 가격이 오를 제품 목록에 '코코핸들'이 포함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11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다음 달 현재보다 3~10%가량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가격 인상 제품은 코코핸들과 보이백, WOC(Wallet on Chain)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소비자로부터 인기가 높은 핸드백이어서 오픈런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어느 정도 예측됐다. 이미 에르메스, 롤렉스 등 일부 해외 명품 브랜드가 올 들어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와 롤렉스는 각각 3~7%, 7~16%가량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그럼에도 샤넬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에 또다시 가격을 인상하는 터라 소비자들의 원성이 적지 않을 듯하다.
게다가 코코핸들과 보이백, WOC는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10% 이상 큰 폭으로 가격이 인상됐던 품목이다. 코코핸들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스몰 사이즈는 508만 원에서 560만 원으로, 미디엄 사이즈는 550만 원에서 610만 원으로 올랐다. 보이백도 지난해 7월 스몰 614만 원에서 666만 원으로, 미디엄은 671만 원에서 723만 원으로 인상됐다.
그럼에도 샤넬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과 7월, 9월, 11월 총 네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오픈런 현상이 식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이 한국의 오픈런 현상을 꼬집었을 정도다. 통신은 최근 "한국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백화점 밖에서 긴 줄을 서고 샤넬백을 사려는 이들이 많다"며 "팬데믹 이후 해외 쇼핑이 제한되자 한국의 샤넬 가격이 네 차례나 인상됐지만 더 많은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샤넬의 일방적 가격 인상 정책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개인사업을 하는 조모(48)씨는 "샤넬 매장을 방문했다가 담당 셀러(직원) 분이 조만간 가격 인상이 있다고 귀띔해줬지만, 정확한 날짜나 인상폭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구매만 종용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사고 싶은 제품이 있어도 물량이 달린다는 이유로 구매도 쉽지 않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샤넬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제품을 풀지 않고 있어 새벽부터 오픈런을 한 고객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았을 것"이라며 "가격 인상을 앞두고 무리하게 판매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넬, 2019년 말 이후 클래식백 가격 60% 인상해"
샤넬은 명품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가격 인상과 함께 구매 제한까지 두고 있다. 특히 클래식백 블랙 색상은 1년에 1개만 구매가 가능하고, 한 번에 동일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등 까다로운 구매 제한 조건으로 유명하다. 매장 입장을 위해 신분증 검사를 하거나 대기명단에 올린 명의로만 결제해야 하는 등의 정책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아질수록 샤넬의 가격 인상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은행인 제프리스그룹(Jefferies Group)의 애널리스트 캐스린 파커의 말을 인용해 "2019년 11월 이후 미국에서 샤넬의 클래식백 가격은 60% 오른 8,000달러 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샤넬의 가격 인상 정책은 온라인 판매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샤넬은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디올 등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핸드백이나 의류, 액세서리 등을 온라인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내 샤넬 공식홈페이지에서는 화장품과 향수류 정도만 판매하고 있다. 팬데믹 동안 다른 브랜드의 온라인 수요가 급증한 반면 샤넬은 강력한 매출 성장을 놓쳤다는 것이다.
불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샤넬은 2020년 매출이 18%, 영업이익이 41% 감소했다. 반면 에르메스는 매출이 6%, 영업이익이 15% 감소해 샤넬과 차이를 보였다. 파커는 "샤넬이 수익 감소를 보상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전자상거래가 있는 다른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부분은 '가격 정책'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가격 인상은 브랜드 가치를 위한 것이라는 측면도 있다. HSBC의 애널리스트 어완 램버그는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는 모든 사람이 같은 핸드백을 휴대하는 걸 원치 않는다. 핸드백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인상만을 고집할 순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시계 브랜드 IWC 샤프하우젠은 샤넬처럼 가뜩이나 고가인 시계 가격을 크게 인상하는 정책을 이어왔다. 그러자 부작용이 발생했다. 진입장벽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물러선 것. IWC는 그제서야 제품 가격을 인하했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스틸 버전의 새로운 시계를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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