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트 넘치는 프로이트' 오영수 "신은 없다"…당신의 결론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트 넘치는 프로이트' 오영수 "신은 없다"…당신의 결론은

입력
2022.01.12 14:18
수정
2022.01.12 14:40
20면
0 0

연극 '라스트세션'…신구와 함께 열연
극 전반에 흐르는 유머러스한 연기
철학적 질문 던지는 2인극 무게 덜어
이상윤·전박찬과의 호흡도 한몫

이달 10일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오영수가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으로 무대에 섰다. 파크컴퍼니 제공

이달 10일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오영수가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으로 무대에 섰다. 파크컴퍼니 제공

적어도 열댓 번은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신은 존재하는가. 철학적 질문에 대해 20세기 대표 지성인들이 한 치 양보도 없이 논쟁하는 무대를 보면서다. "(고통이 신의 뜻이라면) 내 구강암은 하나님의 목소리겠구만. 오늘 내가 '믿습니다' 하고 외치면 아주 기뻐하면서 사라지겠어." 무신론자인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에 객석의 긴장감이 풀린다. 비아냥 같으면서도 유신론자인 상대방(C.S. 루이스)을 찌르는 통찰력이 느껴진다. 이 문장이 웃음만 남기고 흩어지지 않게 한 것은 배우의 힘이다.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오영수(78)의 프로이트가 그랬다.

그가 '오징어 게임'이란 작품의 인기에 밀려 혼란한 순간 자제력을 갖기 위해 선택한 연극 '라스트 세션'이 7일 서울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개막했다. 수상 직후에도 인터뷰를 고사하고 연습에 몰두한 작품이다. 배우 신구(86)와 더블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 연극은 85분 동안 배우 두 명이 신의 존재, 삶의 의미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내용이다. 오영수는 2020년 국내 초연부터 함께한 신구와 달리 이번에 합류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맡은 오영수가 눈을 감고 손을 뻗으며 열연하고 있다. 파크컴퍼니 제공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맡은 오영수가 눈을 감고 손을 뻗으며 열연하고 있다. 파크컴퍼니 제공

'라스트 세션'의 강점은 의외로 유머다. 오영수 스스로도 프로이트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중점 요소로 유머를 꼽았다. 2인극의 지루함이나 철학적 주제로 인한 무거움을 없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기도 하다.

오영수의 프로이트를 처음 선보인 8일 무대에서 특히 이 노배우의 코미디 연기 경험이 빛을 발했다. 연극계에서 그는 진지한 정극뿐만이 아니라 코미디에도 능한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조차도 감각적이고 예리한 면을 드러낸다"(이성열 국립극단 전 예술감독)는 분석처럼, 이번 연극에서도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는 날카로운 학자이자 유머가 넘치는 프로이트 역에 그의 연기가 잘 묻어난다. 엇박자를 타는 듯한 특유의 호흡이 재미를 더했다.

어려운 주제지만, 전환이 빨라 속도감이 있다. '신은 있는가'라는 큰 질문 속에서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보편적 도덕률은 있는가', '신이 있다면 선한 자들의 고통과 불행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등 다양한 주제를 물 흐르듯 꺼내든다. 당장 답을 내기보다는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대립하지만 서로의 교집합을 찾아가며 조금씩 바뀌는 두 인물의 자세나 행동을 눈여겨 보는 재미도 있다.

이달 7일 연극 '라스트 세션'에 개막했다. 루이스 역의 이상윤(왼쪽)과 프로이트 역의 오영수(오른쪽)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위 사진). 또 다른 루이스, 전박찬(왼쪽)과 신구(오른쪽)가 함께 연기하는 장면(아래 왼쪽 사진). 오영수와 함께 프로이트를 연기하는 신구. 파크컴퍼니 제공

이달 7일 연극 '라스트 세션'에 개막했다. 루이스 역의 이상윤(왼쪽)과 프로이트 역의 오영수(오른쪽)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위 사진). 또 다른 루이스, 전박찬(왼쪽)과 신구(오른쪽)가 함께 연기하는 장면(아래 왼쪽 사진). 오영수와 함께 프로이트를 연기하는 신구. 파크컴퍼니 제공

프로이트 상대 역인 루이스 역을 맡은 이상윤(41), 전박찬(40) 배우와의 주고받는 호흡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젊은 패기로 가득 찬, 단단한 학자 루이스를 말투에서부터 잘 표현하는 전박찬의 연기가 그와 잘 어울러졌다. 이상윤은 초연에 이어 루이스로 다시 무대에 올라 안정적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영수의 수상 소식으로 '라스트 세션' 예매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오영수 배우 출연 회차는 매진이 늘었다. 첫 공연을 마친 그는 "연극 무대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며 "찾아와주신 관객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공연은 3월 6일까지.

진달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