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중국인 멤버 새해 큰절 대신 중국식 인사
한국 팬들 비난 이어지자 中 환구시보 "과민반응"
서경덕 교수, 중국의 이중적 태도 꼬집으며 비판
"충고를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10일 페이스북
신년 팬 사인회에서 한국식 큰절을 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인 걸그룹 멤버에 대한 한국 팬들의 비난을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를 향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침을 날렸다. 타국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태도는 중국이 더 심하다는 점에서다.
논란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걸그룹 에버글로우의 중국인 멤버 왕이런이 최근 열린 팬 사인회에서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큰절을 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혼자 두 손을 모으고 선 채로 중국식으로 인사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에버글로우는 2019년 3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으로, 한국인 멤버 5명에 중국인 멤버 1명으로 구성됐다.
한국과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선 왕이런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국 누리꾼들은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중국식 인사를 고수한 것에 대해서 비판했고,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선 문제없다는 반응과 함께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도 넘은 비하성 발언까지 나왔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보도였다. 환구시보는 9일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왕이런이 무릎을 꿇는 한국식 새해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중국식 문화에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내용의 별도 기사를 게재하며, "드라마 등 문화 상품은 포용적이어야 하며, 한국인들의 비판은 한국 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된다"고 적었다.
그러자 서 교수는 "환구시보가 이런 충고를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반격에 나섰다. 서 교수가 반박의 근거로 든 건, 지난해 8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다.
이 신문은 당시 에버글로우가 한국 군인을 상대로 위문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소속사인 위에화엔터테인먼트를 징계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분단 상황인 한국의 군대 위문 문화를 이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작 한국의 군대 위문 문화는 왜 이해하지 않나"
서 교수는 "중국인의 무릎 꿇지 않는 전통은 한국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분단 상황에서 한국의 군대 위문 문화는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오징어의 승리'로 표절되고, '지옥'의 경우 중국어 자막 처리해 '지옥공사'(地獄公使)로 불법 유통되고 있는 행태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서 교수는 "한국 드라마의 중국 내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고, 배우들의 초상권을 무시한 불법 굿즈 판매에도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고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들의 문화를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라"고 일갈했다.
한편 논란을 일으킨 에버글로우의 중국인 멤버 왕이런은 국내 활동을 잠시 쉬고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소속사 위에화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 소속사는 공식 팬 카페에 왕이런의 중국행에 대해 학업상의 이유로 중국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큰절 논란의 여파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