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안방 복귀에 제대로 칼을 갈았나 보다. 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복귀와 동시에 포텐을 터트리고 있는 건지 궁금할 지경이다. 원래도 잘했지만 공백이 무색할 만큼 더 잘해버리니 매주 그의 연기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불가살'로 인생 캐릭터를 다시 쓰고 있는 이준의 이야기다.
'불가살' 옥을태, 이준 연기력이 완성했다
이준이 그리고 있는 인생 캐릭터는 tvN '불가살' 속 빌런 옥을태다. 엄청난 부호이자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사회사업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역시 단활(이진욱)과 마찬가지로 불가살의 존재로 수백년을 살아온 인물이다. 극 중 옥을태는 과거 악연으로 이어진 민상운(권나라)에게 마지막 혼을 빼앗기 위해 치밀한 악행을 이어가며 단활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방송 4회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준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단숨에 존재감을 쌓았다. 또 다른 불가살이라는 정체를 드러냄과 동시에 이진욱의 목을 물어 뜯고도 "아프지? 괜찮아. 너 죽이려는 거 아니야"라며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그의 사이코틱한 연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이진욱이 이준의 첫 등장신을 영화 '관상' 속 이정재(수양대군 역)의 첫 등장신과 비할만 하다고 평가했던 이유가 납득됐다.
너무 화려해 기괴한 느낌까지 자아내는 슈트를 입고 피가 흥건한 레어 스테이크를 음미하며 광기과 장난기를 넘나드는 섬뜩함을 담은 대사를 내뱉는 장면은 옥을태라는 인물을 단숨에 설명해냈다.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뒤 분노한 그가 불가살의 모습을 드러내며 비서를 먹어치우는 장면에서는 마치 한 마리의 짐승 같은 몸짓이 그로테스크함을 극대화했다.
이준이 그리는 옥을태의 광기는 그간 작품에서 등장해온 사이코패스, 악인들의 연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언뜻 '베테랑' 속 유아인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불가살이라는 설정이 곳곳에 배치되며 이준만의 그로테스크한 광적 존재가 탄생한 것이다. 분명 상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어디를 바라보는지 종잡기 어려운 눈빛과 안광이 두드러지는 눈매, 페니와이즈나 조커를 떠오르게 만드는 특유의 미소는 캐릭터에 몰입도를 높인다.
'불가살' 전 '갑동이'도 있었다...아이돌 출신 배우의 좋은 예
사실 이준의 호연은 우연이나 의외가 아니다. 그는 이미 연예계에선 대표적인 '아이돌 출신 배우'의 좋은 예로 꼽히는 인물이다.
2009년 그룹 엠블랙으로 데뷔해 가수로 활동했던 이준은 이후 연기 활동을 병행하며 연기돌로 배우 커리어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그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 시켰던 첫 작품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였다. 해당 작품에서 '아이돌 출신 배우'의 꼬리표를 뗄 만한 연기력을 입증한 그는 2014년 팀 전속 계약이 만료된 이후 배우로 전향해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에 집중했다.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매 작품 호연을 이어왔던 그이지만, 그 중에서도 눈여겨보게 되는 작품은 tvN '갑동이'다. 당시 이준은 연쇄 살인마 카피캣 사이코패스 류태오 역을 맡아 서늘하고 광기어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바 있다. '불가살' 속 옥을태와는 사뭇 다른 결의 악인이지만, 당시에도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캐릭터를 제 옷 입은 양 소화했다는 점에서 지금 그가 터트린 포텐셜은 일찌감치 예견된 셈이다.
이준의 행보가 특히 기대되는 것은 '불가살'이 전역 이후 첫 드라마라는 점이다. 군백기와 전역 후 작품 촬영 등을 위한 공백기가 있었지만, 최근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를 시작으로 '붉은 단심'까지 출연을 확정지으며 거침없는 활동을 예고한 상태다. 복귀와 동시에 역대급 연기로 시청자들을 홀려버린 그의 미래는 분명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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