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본회담 앞두고 9일 만찬 겸한 사전회담
러 "미국이 타협에 이를 준비돼야"
미 "주권국가는 동맹 스스로 선택" 팽팽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 고강도 경제 제재 각오" 압박도
우크라이나 갈등 해소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목전에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기선잡기에 나섰다. 본회담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는 미국의 전향된 자세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에 대한 가혹한 제재를 거론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본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이끄는 양국 협상단이 9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찬을 겸한 사전 실무회담을 열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양측 간 실무회담 후 양측의 입장은 묘하게 달랐다.
러시아 측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실무회담 직후 “(논의가) 놀라웠으며 상황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전했다. 그는 “회담이 매우 어려웠지만 전문적이었고 낙관할 근거가 있다”며 “내일 확대 회의에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앞서 제네바로 떠나기 전 “우리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그의 발언을 감안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발언이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미국이 타협에 이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답해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도 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셔먼 부장관이 이 자리에서 “미국은 외교를 통한 진전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셔먼 부장관은 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에 관한 국제적 원칙, 주권국가가 동맹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에 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미국이 막지 않겠다는 의미를 다시 확인한 셈이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와 합의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국무부는 유럽 내 미국 동맹과 파트너 없이는 유럽의 안보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며 셔먼 부장관 역시 일부 주제에 관한 논의는 후속 회담을 위해 보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12일 러시아와 나토, 13일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을 10일 미·러 회담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이자, 유럽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러시아를 향한 미국과 유럽의 압박 수위는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이날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경우 대북 제재 수준의 고강도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통해 타전됐다. 외신들은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 소비자, 산업, 고용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 “러시아는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와 함께 수출을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는 국가에 추가될 수 있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경고도 전했다. 공교롭게도 나토 역시 이날 “나토는 (협상이 실패한다면) 유럽에서의 새로운 무력 충돌에 대비가 돼 있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러시아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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