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과 간단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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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과 간단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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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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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경제학과 경영학을 비슷하게 여기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입시철에 두 학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적잖이 받게 되고, 세계경제전망을 경영학자에게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채용공고나 대학 구분에서 상경계열로 함께 묶이는 탓일 겁니다. 하지만 두 전공은 대상이 다릅니다. 경영학은 기업이나 그 내부 팀을 분석단위로 삼지만 경제학은 국가나 세계 단위 문제에 더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의외로 겹치는 분야가 적습니다.

학문 단위는 이런 식으로 대상과 연구방법에 따라 세세하게 구분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는 있지만, 그 세부학문인 고전역학과 통계역학은 대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양자역학과 천체역학에서 쓰이는 도구들의 유사성도 적습니다. 경영학과 경제학의 차이나, 고전역학과 통계역학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분석단위의 차이, 혹은 척도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야구공의 궤적을 계산할 때 뉴턴의 고전역학은 아주 정확한 결과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물 분자의 운동을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물의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분자운동이 합쳐진 결과를 살피는 것인데, 이것은 고전역학이 아니라 통계역학의 도구들이 잘 하는 일입니다. 물론 물리학자들은 이처럼 다르게 사용되는 척도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재규격화라는 멋진 이론도 갖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이 내심 부러워하는 이론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 무렵 경제학, 사회학, 그리고 통계역학처럼 전혀 다른 대상을 다른 도구로 연구하던 학자들이 자신들이 살피는 시스템들이 서로 상당히 닮아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합니다. 주식시장, 노동시장, 주택시장, 모래 무더기, 군중행동과 같은 대상들이 그것입니다. 이런 시스템들은 서로 전혀 달라 보이지만,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성, 창발성, 적응성과 같은 흥미로운 특징을 공유하고 있고, 그래서 유사한 방식으로 기술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들에 대해 학자들은 복잡 적응계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아주 널리 연구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 시기가 찾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이 호명됩니다. 저출산, 부동산, 기후위기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복잡 적응계입니다. 그런데 복잡 적응계는 직관과 꽤 다르게 움직입니다. 매우 작은 섭동이 시스템의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의도한 입력이 반대의 효과를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들을 간단한 대안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식하거나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잡 적응계는 개체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허용하되, 명백하고 변하지 않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견지하면 비로소 질서를 창발합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즉흥적인 입력을 가하면 시스템은 무질서한 혼돈상태가 됩니다. 유력한 후보들이 저출산은 페미니즘 때문이라 그걸 누르면 곧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거나, 주가지수가 금방 얼마가 될 테니 믿으라고 했다는 신기한 보도를 최근 접합니다. 아마 후보들의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축약되고 왜곡된 결과일 것입니다. 그분들이 이 복잡한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한다고 믿을 리야 있겠습니까?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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