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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1년 이상 갇힌 사람만 12명... 교도소 뺨치는 장기 수감

입력
2022.01.17 1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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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퇴거명령 및 구금 세부 기준 비공개
독일은 구금 1년 안 넘겨...한국은 무기한

[죄 없는 자들의 감옥, 외국인보호소]<상>그곳엔 누가 있나


지난해 '새우꺾기' 자세로 포박된 채 화성외국인보호소 독방에 수감된 모로코인 A씨의 모습(왼쪽)과 지난 3일 화성보호소에서 기자와 면회한 K씨. 보호소 측은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변호사 자문을 받아 사진을 공개한다. 사단법인 두루 제공·최은서 기자

지난해 '새우꺾기' 자세로 포박된 채 화성외국인보호소 독방에 수감된 모로코인 A씨의 모습(왼쪽)과 지난 3일 화성보호소에서 기자와 면회한 K씨. 보호소 측은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변호사 자문을 받아 사진을 공개한다. 사단법인 두루 제공·최은서 기자

한국일보가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화성・청주 외국인보호소 수감(피보호) 인원은 총 394명(화성 207명・청주 187명, 지난해 7월 말 기준)이었다. 1년 이상 수감자도 12명(화성 8명·청주 4명)에 이르렀다.

두 보호소는 난민신청 여부나 사유는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화성보호소는 2개월 이상 수감자(55명)만 보호 사유를 집계한다. 각각 출국비용 부족(4명), 임금체불(1명), 여행증 발급 대기(2명), 형사재판(1명), 개인 고충(31명), 기타(16명)로 다양했다.

청주보호소는 3개월 이상의 수감자(23명)의 보호사유만 집계하는데, 각각 임금체불(2명), 난민 신청(1명), 여권 미소지(1명), 출국거부(1명), 형사재판(6명), 출국명령이 부당하다며 청구하는 행정 심판 및 소송(2명), 기타(10명)였다.

체불임금(3명), 출국 비용 부족(4명) 등 수감되지 않고 외부에 있다면 더 빠르게 해결 가능한 사안이 눈에 띈다.

이들을 가두는 기준은 법무부 재량이다. 체류 자격 연장 기한을 넘길 경우 범칙금이 부과되며, 이를 내지 못하면 고발 등의 형사절차가 진행된다. 이어 출국명령을 내려 스스로 출국하도록 하는데, 출국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지고 이에 불응하면 보호소에 갇힌다. 범칙금을 납부해도 퇴거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갇히긴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새우꺾기' 피해자인 모로코인 A씨 등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체류 기간을 넘기고 범칙금을 미납한 외국인을 구금할 때의 기준은 깜깜이”라며 “법무부에 내부 기준 공개를 요청해도 내용은커녕 존재 여부마저 국가 안보 사안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통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벌금 500만 원 혹은 5년 이내 합산 700만 원인 자' '형사법 위반 벌금 300만 원 혹은 5년 이내 합산 500만 원인 자' '마약・성폭력 등 중대 범죄자'도 강제퇴거 대상이다. 이 역시 출입국관리법에 정확히 명시된 기준이 아니라서 혼란이 크다.

이한재 변호사는 “예컨대 '형사법 위반 300만 원'이라고 해도 정확히 300만 원을 기준으로 구금 여부가 갈리는 게 아니다"며 "그 내외에서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결정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 내부 기준에 따른다’고 들었을 뿐 정확한 지표는 알려진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법부무에 강제퇴거명령 대상을 지정하는 명확한 기준을 질의했다. 법무부는 "국내 체류자격, 국내 체류 필요성 등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자체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비공개 지침"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3일 '외국인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해외인권단체 항의서한 전달 및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외국인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해외인권단체 항의서한 전달 및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실형이 선고된 외국인은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뒤에야 보호소로 옮겨지지 때문에 '범죄자'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보호소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이들은 체류기간은 지나 갇혔지만, 아직 기소된 범죄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다.

나이지리아 출신 K(48)씨는 범죄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한다. 본국에서의 종교적 박해를 호소하며 강제퇴거명령에 응하지 않아 2019년 11월 29일부터 지금까지 2년 넘게 보호소에 기한 없이 갇혀 있다. 난민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3일 보호소 면회실에서 만난 K씨는 "처음엔 이 곳에 갇혔다는 사실이 무섭고 어서 나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갈 곳도 없고 난민 인정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를 평생 대책없이 가둬 놓는 게 맞는 걸까. 이런 상황은 기간에 상한을 둬 장기 구금을 방지하고 있는 해외 사례와도 대비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2015년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6개월이 넘는 구금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역시 보안 구금의 최장 기한을 12개월로 정해두고 기한이 되면 예외 없이 석방한다.

최은서 기자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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