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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사용후핵연료 갈등의 해법

입력
2022.01.11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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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핵폐기장 건설 반대 부안군민 결의대회.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3년 핵폐기장 건설 반대 부안군민 결의대회.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원자력발전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처분할 곳이 없으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후핵연료는 탈원전과 친원전 세력이 부딪치는 최대의 격전지다.

탈원전 진영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 원자력계에서는 지금까지 원전으로 혜택을 받은 우리 세대 모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1986년 이래 열 차례에 걸쳐 부지를 물색했으나 안면도 사태, 굴업도 사태, 부안 사태 등을 거치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말 산업부는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원전지역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또다시 원점을 맴돌고 있다. 2차 기본계획의 핵심 쟁점은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기 전까지는 기존 원전 부지에 저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걸쳐 두 차례 실시한 공론화 권고안은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을 동일부지에 ‘집중형’으로 건설하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지질구조와 주민 수용성 등을 비춰볼 때 산업부의 계획대로 향후 37년 만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부지 내 저장’의 기간과 해당 시설이 임시저장인지 중간저장인지, 관계시설인지 관련시설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부지 내 저장’이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영구처분장 건설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부지 확보가 다소 용이한 중간저장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도 영구처분장 확보에 실패했지만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다급한 현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현실적으로 당장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외부로 반출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원전 부지 내에 ‘장기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해법은 현재의 ‘임시저장’을 50년간 ‘소내 중간저장’으로 전환한 뒤 영구처분장 확보와 기술개발을 병행하는 단계적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관리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원전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반복된 정책실패에 대한 정부당국의 진솔한 반성과 함께 원전지역에 대한 보상과 지원방안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 단독으로는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법률 개정과 함께 제대로 된 ‘진짜 공론화’를 실시해야 한다.


정정화 강원대 교수, 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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