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커플, 사실혼 관계로 보기 어려워"
동성부부에게는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회 인식과 법률 해석상 혼인을 '남녀의 결합'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성부부의 관계를 사실혼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7일 소성욱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동성인 소씨와 김용민씨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같은 취지에 기반한 공단의 보험료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김씨와 소씨는 2020년 2월 '사실혼 배우자로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 해당하는지'를 건보공단에 문의했다. 이에 공단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고, 소씨는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 배우자의 경우 부양이 인정되면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단이 동성커플을 부부로 인정했다는 언론 보도 후 논란이 일었고, 공단은 2020년 10월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화하고 보험료를 새로 부과했다. 이에 소씨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해외 인정사례 있지만 입법 없이 확대해석 어려워"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을 기반으로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실혼은 '혼인의사의 합치'와 '부부공동생활이라 할 만한 혼인생활의 존재'를 각 성립요건으로 한다"며 "민법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판례, 사회의 인식을 모두 모아 보더라도 이때의 '혼인'이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요소로 한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동성 간 결합과 남녀 간 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는 점에서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동성 동반자 제도를 인정하는 호주, 이탈리아 등 해외 사례를 들어 동성부부 인정 여부는 입법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결국 혼인제도란 각 사회 내 사회 문화적 함의의 결정체이므로, 그 인정 여부는 원칙적으로 (개별 국가 내) 입법의 문제"라며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곧바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소성욱씨 "항소 예정...세상은 변할 것"
소씨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판결에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어 항소할 것이고 세상은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록 재판부가 입법부의 문제로 떠넘겼지만, 저희는 끊임없이 저희 관계를 인정받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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