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은신처에서 금괴 400여 개 확보
주식계좌 동결해 252억 원 회수도
횡령 후 석연찮은 행보… 공범 여부 주목
회삿돈 1,880억 원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관리팀장 이모(45)씨를 체포한 경찰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자금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씨가 횡령자금 운용과 은닉 과정에 석연찮은 행동을 보인 점에 주목하며 공범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남은 금괴·자산 추적 중
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수사팀은 전날 자정쯤 경기 파주시 목동동 건물에 은신해 있던 이씨를 체포하면서 1㎏짜리 금괴 400여 개(약 300억 원)를 확보했다. 또 이씨의 주식계좌를 동결해 252억 원을 회수했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달 구입했던 금괴 중 남은 400여 개와 1,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자산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 자산을 여러 계좌로 나눠 송금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씨를 상대로 금괴 등 남은 자산 소재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7일 오전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 동진쎄미켐 주식 1,430억 원어치를 대량 매수했다가 11, 12월 대부분 처분하면서 1,112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18~28일엔 파주시 한국금거래소에서 600억 원대 상당의 금괴 851개를 샀고, 그달 30일 잠적하기 직전 파주시 건물 3채를 가족과 지인에게 증여하면서 수십억 원의 근저당을 말소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 변호인은 이날 오후 취재진에 "이씨가 금괴와 동진쎄미켐 주식을 산 것은 맞고 나머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며 "수사기관에서 이씨 계좌 동결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범 여부도 주목… 회사 "윗선 개입 없다"
경찰은 이씨에게 공범이 있는지에도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씨가 회사 재무관리 실무책임자이긴 했지만, 횡령액이 회사 자기자본의 92%에 달하는 거액이었던 만큼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주동자 또는 조력자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공범 의혹은 당장 이씨 측에서 흘리고 있다. 이씨 변호인은 이날 오전 윗선 개입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의혹이 있는 것 같다"며 "이씨가 공개된 직위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 위에 오너분들이 그런 업무지시를 해오던 게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오스템임플란트는 오후 입장문을 내고 "자체 파악한 바로는 윗선의 개입은 없다"며 "당사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떠한 개입이나 지시를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안팎에선 이씨가 횡령범답지 않게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씨는 동진쎄미켐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공시 의무가 부과될 만큼 대량 거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실명, 주거지, 연령대를 공개하면서 '파주 슈퍼개미'로 입길에 올랐다. 잠적을 앞두고 운반이 어려운 금괴를 대거 구입한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 이씨가 금거래소를 직접 찾아 금괴를 수령하는 장면은 현장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남기도 했다.
이씨가 체포된 건물이 가족과 함께 거주해온 곳이란 점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회사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뒤 이씨 가족의 행적에 주목하며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씨의 아내는 체포 당시 집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무거운 금괴를 사고 집 건물에 숨어 있던 점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 집단소송 움직임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은 집단소송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홈페이지에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피해 소액주주 등록'란을 열고 소송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한누리는 "이토록 막대한 금액의 횡령은 그간 반복된 행동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회사가 상장 폐지에 이르지 않더라도 2만여 소액주주의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소송 추진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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