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과 촉구 '수요집회' 30돌
극우단체 '소녀상' 선점, "역사부정, 모욕 행위"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인권위에 진정"
"일본은 역사의 진실 앞에 사죄하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수요집회가 5일로 30주년을 맞았다. 횟수로만 1,525번째. 매주 수요일마다 많은 시민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문제 진상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2011년 수요 집회 1,000회를 맞아 세워진 위안부기림비 '평화의 소녀상' 자리는 수요집회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수요집회는 1년여 전부터 소녀상과 멀어지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집회가 1인 시위로 대체되는 동안 극우단체들이 수요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소녀상 앞을 선점하고 나서면서다. 30일 전부터 신고만 하면 가능한 '선착순' 집회 신고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 일종의 '알박기'인 셈이다.
결국 30돌을 맞은 수요집회도 소녀상과 떨어진 장소에서 진행됐다. 극우 단체는 수요집회 장소와 불과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요 집회를 비난하는 욕설을 퍼부으며 수요 집회 방해에 나섰다.
"할머니들 성함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가짜 위안부다', '성노예제는 없었다'며 일본 극우인사들이 할 법한 이야기를 대한민국 서울에서 버젓이 하면서 직접적 모욕과 명예훼손을 자행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성희롱적 행동, 마스크 미착용 등 불법 행위도 횡행하고 있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말이다. 이에 정의연은 극우단체의 반인권적인 행위를 멈춰 달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나영 이사장은 "저들의 목적은 일본군 성노예제 자체를 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수요집회 장소가 그동안 평화인권의 상징이었는데, 차별과 혐오의 상징이 돼 버렸다. 더 이상은 이렇게 둬선 안 되겠다 싶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 이름으로 어떤 집회는 중지해야 된다고 마땅히 요구할 권한이 국민들에게 있는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독일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나치 행위를 찬양하거나 역사를 부정하는 언동은 형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살아 있는 피해자는 단 13명. 이나영 이사장은 수요집회 30돌을 맞아, 일본 정부를 향해 조속한 진상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재차 촉구했다.
"사실 지금 열세 분밖에 안 계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간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시간이 없는 것은 일본 정부라고 생각해요.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사죄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국가가 결국은 다 돌아가시고 나면 역사 속에 자신들의 가해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 국가로 남을 테니까요. 그래서 일본 정부가 이런 문제를 조금 잘 이해하고 또 약속하고 사과할 때 이 문제가 해결되고 수요시위의 문도 닫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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