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도피' 보이스피싱범, 밤 9시 넘겨 술 마시다 단속에 덜미

경찰, 밤 9시 영업제한 어긴 강남구 업소 적발
업주·이용객·종업원 등 26명 무더기 입건
단속 중 보이스피싱 사기 지명수배범도 검거

서울 수서경찰서가 4일 오후 10시 30분쯤 강남구 역삼동 유흥주점의 불법 야간 영업을 적발해 업주와 종업원 14명, 손님 11명 등 총 26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은 단속 당시 매장 모습. 수서경찰서 제공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밤 9시 영업시간 제한'을 어기고 서울 강남구에서 야간 영업을 한 유흥주점 업주와 이용객이 경찰에 무더기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혐의로 2년 넘게 도주 중이던 지명 수배범이 함께 검거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5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해당 주점 업주와 종업원 14명, 이용객 11명 등 총 26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전날 밤 10시 30분쯤 연말연시 방역수칙 위반 업소를 집중 단속하다가 이 주점에 손님 것으로 보이는 고급 승용차가 주차된 사실을 발견했다. 업소 출입문 3개는 모두 잠겨 있었지만 직원이 바깥에서 망을 보고 있었고 지하로 연결된 실외기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불법 영업을 의심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출입문을 강제 개방하고 매장에 진입했다. 식품창고와 주방 등에 숨어 있던 이용객과 종업원들은 다른 문으로 빠져나가려다 검거됐다. 일부 이용객은 "업주가 경찰 단속 때문에 감금해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하다가 경찰이 업소 출입 내역과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범행을 인정했다.

4일 밤 보이스피싱 등의 혐의로 2년 넘게 지명수배 중이던 A씨가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야간 영업제한 시간을 넘겨 술을 마시다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검거된 이용객 중엔 지명수배범인 30대 A씨가 포함돼 있었다. 보이스피싱 사기 등 혐의로 2년 넘게 은신했던 인물이다. 그는 단속 당시 주방 식기세척기 밑에 숨어 있다가 적발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 마시다가 붙잡힐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백신 접종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 카페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수칙 위반 영업을 하는 곳은 강력히 단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