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5명 안전모 미착용 현장 점검
위험 고조되던 때, 안전의식 논란
고양시 "상황 긴박해 소홀했다" 사과
경기 고양시 공무원들이 붕괴 우려가 제기된 일산 상가건물 사고 현장을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둘러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과 상가 입주민에겐 긴급대피와 출입통제 조치를 해놓고, 정작 자신들은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양시 안전 관련 부서 관계자 5명은 사고 다음 날인 1일 오전 8시쯤 기둥이 파손된 상가 지하층을 점검했다. 이들 모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수십 분간 현장을 다녔다.
이 장면은 사진에 고스란히 찍혔다. 사진에는 공무원 5명이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이는 지하층의 파손된 기둥 옆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겼다. 기둥 옆으로는 임시로 설치한 지지대도 눈에 보인다.
이 사진은 문이 열린 재난현장 지휘차 내 폐쇄회로(CC) TV에서 이 같은 장면을 목격한 시민이 찍었다. 이 시민은 한국일보에 사진을 제공하면서 “누구보다 안전수칙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휴대폰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현장에 갔을 때는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20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건물 뒤틀림 현상까지 발견돼 위험이 고조되던 무렵이었다. 고양시는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자, 상가 입주민 60여 명 등 300여 명을 긴급 대피시키고 건물 사용 중지 명령과 함께 출입을 통제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공사 현장이나 낙하물의 위험, 붕괴 등의 우려가 있는 장소에선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고양시 공무원들은 이날 오후부터는 안전모를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가 보낸 사진자료를 보면, 이재준 고양시장의 현장 점검과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의 현장 방문 때는 모두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고양시는 안전모 미착용에 대해 상황이 너무 긴박한 나머지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사고 직후 이튿날 새벽 2시까지 긴급 보강공사를 완료하고, 그날 아침 다시 현장 점검을 나가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안전모 착용을 소홀히 했다”며 “이후 현장에 안전모를 비치해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모두 철저하게 안전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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