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서 장사하던' 쿠팡이 새해 들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한 만큼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서 그동안 못 받던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상장 1년을 앞두고 쿠팡이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와우 멤버십에 쿠팡이츠 수수료까지... 프로모션 거두는 쿠팡
5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용료 인상 방침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신규회원에 한해 쿠팡 유료 회원제 시스템 '와우 멤버십' 이용료를 기존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고, 이달 3일부터는 쿠팡이츠 중개 수수료에 적용되던 프로모션 혜택을 종료하고 배달비를 높였다. 쿠팡이 멤버십 이용료와 수수료를 높인 것은 2019년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이다.
쿠팡 측은 "가격 인상이 아니라 기존에 할인해주던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며 "쿠팡이츠의 경우 음식점주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프로모션 전) 원래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수수료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큰 폭의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 가맹점주들의 불만 수위가 높은 편이다. 서비스 출시 때부터 수수료 1,000원에 배달비 5,000원만 받는 프로모션을 진행해오던 쿠팡이츠는 올해부터 중개수수료 9.8%와 건당 배달비 5,400원을 받기로 했다. 3만 원짜리 음식을 팔면 수수료와 배달비, 결제 수수료(3%)와 부가세(10%)만 해도 1만 원 가까이 나오는 셈이다. 부담은 소비자에게도 전가된다. 통상 2,000~3,000원 수준이었던 쿠팡이츠 배달팁은 4,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1년 앞둔 쿠팡, 실적 개선 시동
쿠팡의 연이은 서비스 가격체계 개편 이유는 수익성 개선으로 좁혀진다. 2020년 말까지 4조8,000억 원이었던 쿠팡의 누적 적자는 지난해 3분기 만에 1조 원이 더 불었다. 쿠팡은 5조 원 넘는 적자가 직매입과 물류센터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생긴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전과 후 기업이 보여줘야 하는 면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가능성'보다 눈에 보이는 '실적'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기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1년을 앞두고 있는 쿠팡 입장에서는 '변화의 모멘텀'이 절실하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증시 입성 초기만 해도 장중 69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 20달러대 후반에서 거래 중이다. 시초가(63.5달러)에 비하면 반토막이고 공모가(35달러)보다도 낮다.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는 "쿠팡은 성장을 위해 이윤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매출 총이익과 순손실이 안정될 때까지 가치 평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건은 소비자들의 '쿠팡 의존성'이 얼마나 되는지다.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와 판매자가 이탈하지 않아야 수익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의 지난해 3분기 활성 이용자는 1년 만에 20%나 증가해 1,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1인당 매출도 25%나 늘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다"면서도 "영업손실 축소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주가 부담은 계속돼 쿠팡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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