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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은 일부… 가전보다 해외서 더 잘 팔리는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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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은 일부… 가전보다 해외서 더 잘 팔리는 K콘텐츠

입력
2022.01.03 04:30
수정
2022.01.03 17:45
2면
0 0

<신년기획> 콘텐츠 강소국에서 강대국으로

지난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제조업 위주 한국 경제가 소프트 파워까지 갖추게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제조업 위주 한국 경제가 소프트 파워까지 갖추게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말 웹툰 팬들의 눈길을 끈 소식이 전해졌다.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완결편(179화)이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공개된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3월 첫선을 보인 '나 혼자만 레벨업'은 판타지 액션물이다. 누적 조회수는 최소 142억 건으로 추산된다. 1화당 평균 조회수가 8,000만 건 이상이다. 한국 인구의 1.5배가 넘는 평균 조회수가 나올 수 있었던 건 해외 인기 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나 혼자만 레벨업'은 영어권과 중국어권,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골고루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K콘텐츠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다. 웹툰은 2016년 나온 추공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밑그림 삼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소설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자회사 노블코믹스컴퍼니를 통해 웹툰으로 개발, 언어 장벽을 낮췄다. 노블코믹스컴퍼니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가공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의 누적 조회수는 약 5억 건. 놀라운 성취이나 웹툰에 비하면 한참 적은 수치다. 체계적 K콘텐츠 제작 시스템이 작동하며 조회수 142억 건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①불황 모르는 성장산업

수출 효자된 콘텐츠 산업.

수출 효자된 콘텐츠 산업.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2019), 드라마 '오징어 게임' '지옥'(2021) 등의 성공으로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으나 의구심 어린 눈은 여전히 존재한다. 극소수 K콘텐츠가 인기를 끈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냐는 신중론이 있다. 얼마나 큰돈을 벌어들여 한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겠냐는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오징어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서도 글로벌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지갑만 불려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국내 콘텐츠 산업은 불황을 모르는 성장 산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0.5%)을 제외하면 매년 6%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106조1,162억 원이었던 국내 콘텐츠 전체 매출이 2019년 126조7,122억 원으로 3년 만에 20조 원 늘었을 정도로 강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은 133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보다 6.6%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대유행에 타격을 받기는커녕 예년과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②한한령도 못 막은 수출 증가

콘텐츠 산업은 수출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4년 약 52억7,351만 달러였던 콘텐츠 수출액은 2020년 108억2,741만 달러를 기록했다. 6년 새 2배 넘게 성장한 수치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 상품으로 꼽히는 화장품(76억 달러)과 가전(70억 달러)보다도 해외에 더 많이 팔렸다. 콘텐츠 수출액 규모는 국내 수출 항목 중 컴퓨터(약 130억4,000만 달러) 바로 아래 7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은 115억8,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매년 증가하는 국내 콘텐츠 수출.

매년 증가하는 국내 콘텐츠 수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 도입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K콘텐츠가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2017년 수출액이 88억1,444만 달러로 전해(60억806만 달러)보다 28억 달러가량 급증하는 등 오히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 왔다. 송진 콘진원 미래정책팀장은 "수출 비중 60% 정도를 차지하는 게임이 탄탄히 받혀 주면서 수출액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며 "싸이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K콘텐츠의 강세는 개별 회사 실적에서도 감지된다. '미스터 션샤인'(2018)과 '사랑의 불시착'(2019~2020) 등을 제작한 국내 최대 드라마 회사 스튜디오 드래곤(CJ ENM 자회사)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판매 매출이 급증했다. 2018년 1,102억 원이던 해외 판매액이 2020년 2,266억 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2020년 총 매출액 중 해외 매출 비중이 43%에 달한다. 스튜디오 드래곤 측은 "넷플릭스와 티빙 등 플랫폼 간 한국 콘텐츠 확보 경쟁이 국내 제작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며 "더 풍부한 투자금이 유입되고, 더 많은 기획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③게임-드라마 결합 등 새 영역 개척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자사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지난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크래프톤 제공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자사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지난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크래프톤 제공

K콘텐츠의 힘은 발 빠른 행보에 있다. 새로운 시도로 해외 시장 개척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와 영화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스마일게이트는 80여 개국에 회원 10억 명을 거느린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한 곳이다. 리얼라이즈픽쳐스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으로 각기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스마일게이트와 리얼라이즈픽쳐스는 지난해 지식재산권(IP) 공동 개발을 목표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IP 하나를 바탕으로 게임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를 36부작 중국 드라마 '천월화선: 크로스파이어'로 만든 데 이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게임의 영상 콘텐츠화는 국내 다른 게임회사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자사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마동석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지난해 선보이며 영상 콘텐츠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넥슨은 지난해 월트디즈니컴퍼니 출신 닉 반 다이크를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해 자사 게임 IP의 영화, 드라마 제작을 도모하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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