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 포화로 자체 콘텐츠 확보 경쟁 가열
내년 디즈니 230억·넷플릭스 170억달러 투자
가입자 증가세 둔화… '제 살 깎아먹기' 우려도
‘제2의 오징어 게임을 찾아라.’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들이 신규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채비에 나섰다. 포화 상태인 OTT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오징어 게임’과 같은 차별화된 콘텐츠에 답이 있다는 전략인데, 이에 따라 내년 전 세계 안방극장 스트리밍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넷플릭스와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 미국 상위 8개 미디어 기업의 사업 보고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이들이 내년 신작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1,150억 달러(약 136조7,000억 원)로 추산됐다. 스포츠 중계권료까지 포함하면 무려 1,400억 달러(약 166조4,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시장분석기업 모펫네이던슨의 미디어 분석가 마이클 네이던슨은 “이제는 시장에서 발을 뺄 수도 없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 선두를 차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프리미엄 콘텐츠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디즈니는 내년에 자사 OTT인 디즈니플러스에 올해보다 35~40% 증액한 230억 달러(약 27조3,0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배우 톰 행크스 주연 영화 ‘피노키오’와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카’,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하는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 등 막강한 신작 라인업도 마련했다. 여기에 스포츠 중계료까지 더하면 전체 투자금은 330억 달러(약 39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보다 32%, 지난해 대비 65%나 증가한 규모다.
후발 주자들의 공세에 맞서 전 세계 OTT 1위 기업 넷플릭스도 올해보다 25% 증가한 170억 달러(약 20조2,000억 원) 이상을 신규 콘텐츠 제작에 투입한다. 지난해(108억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57%나 늘어난 금액이다. 넷플릭스는 내년 즈음 손익분기점을 달성해 현금 유통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의 미디어 시장 분석가 튜나 아모비는 “만약 목표를 달성한다면 넷플릭스에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난 2년간 전 세계 OTT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20년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1,100억 달러(약 130조7,000억 원)에 이르고, 올해도 약 15% 성장한 1,260억 달러(약149조8,00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가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6년 4억5,700만 명이었던 전 세계 OTT 가입자는 현재 17억 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다. 이미 가입할 사람은 다 가입했다는 얘기다. 막대한 신규 투자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FT는 “업계 선두주자들조차 경쟁사들에 밀려나지 않으려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스트리밍 시장이 과연 좋은 투자처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창작 인프라 확보 경쟁에 따른 제작비 증가도 부담이다. 크리스틴 매카시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창작 인력 확보부터 제작과 관련된 모든 비용이 올라갔다”고 토로했다. 모건스탠리도 “무지개 너머에 금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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