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밀입국자 대중 앞에 드러내 모욕 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 행위 연상
"범죄 차단에 효과" 자화자찬 불구
"마오가 살아났다" 여론 우려 고조
하얀 전신방호복을 입은 무리의 남성들이 광장으로 향한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죄수인 양 양쪽에서 결박해 끌고 가고 있다. 가운데 끼인 남성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커다란 사진을 목에 걸었다. 가슴과 등에는 이름이 적힌 팻말이 달렸다. 광장에 도착한 이들을 무장한 경찰이 사각 대형으로 포위했다. 경찰은 남성들의 집 주변에 신상정보와 사진을 담은 벽보를 붙이고 벽에는 스프레이로 낙인을 찍었다. 생경한 광경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경각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8일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징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베트남과 인접한 중국 도시에서 과거 문화대혁명 때나 볼 법한 ‘공개 망신 주기’가 재연됐다. 반혁명분자라는 이유로 홍위병들이 죄인을 대중 앞에 드러내 모욕감을 주는 것이다.
이들 남성 4명은 중국인 2명, 베트남인 2명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밀입국하는 사람들을 돕다가 공안에 적발됐다. 밀입국자 가운데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방역당국은 주민 5만 명을 격리하고 124명을 병원에 수용했다. 1만 명의 거주지 검사도 벌였다. 지역이 뒤집어진 것이다. 현장 경찰은 확성기로 전염병 방역수칙을 충실히 준수해달라며 이날 공개 행사의 취지를 주민들에게 강조했다.
중국 현지 매체는 “이번 징계를 통해 밀입국 관련 불법 범죄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전염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중국 전역에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처벌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매번 집단감염의 시발점이 된 해외 유입 코로나 감염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징시 당국은 “불법 밀수와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다른 용의자들도 최근 몇 달간 대중 앞에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고 밝혔다.
중국 여론은 경악했다. “마오가 다시 살아났다”, “문화대혁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보다 더 굴욕적인 것은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공안부와 최고인민법원은 1988년 “기결수와 밀입국 범죄자를 거리에서 공개하는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당국의 방침에 아랑곳없이 인민재판이 열린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조회수는 하루 만에 3억5,000만 회를 넘고 댓글은 3만여 개가 달렸다.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베이징일보는 “법에 따른 훈육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공개 망신 주기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흔한 방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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