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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흉기난동' 피해자 측, 해임 경찰관들 고소… 특수직무유기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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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흉기난동' 피해자 측, 해임 경찰관들 고소… 특수직무유기 혐의

입력
2021.12.30 14:00
수정
2021.12.30 14:35
0 0

피해자 측 "우발적 아닌 계획된 보복범죄
현장출동 경찰 책임 무거워… 끝까지 싸울 것"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자(오른쪽)와 변호인이 30일 인천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자(오른쪽)와 변호인이 30일 인천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하는 등 부적절하게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경찰관들이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소돼 수사를 받게 됐다.

사건 당시 피의자 A(48)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다친 40대 여성 B씨 등 피해자 측은 30일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이던 C 전 경위와 D 전 순경을 특정범죄 가중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했다.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범죄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가법에 규정된 죄를 지은 사람을 인지하고도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 적용한다.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져 1년 이하 징역 등을 받는 형법상 직무유기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기관에서 수사 의지를 갖고 관련 증거를 살펴본다면 (해임된 경찰관들을) 일반 직무유기가 아닌 특수직무유기로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은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직무를 유기한 당사자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은 우발적 살인미수가 아니라 계획된 보복범죄로, 그만큼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 책임이 무겁다"며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경찰이 어이없는 실수로 수차례 기회를 놓쳤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B씨 남편은 이날 인천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고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CCTV 영상을 최소한 피해자 가족에게만이라도 제공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반신 마비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 따르면 B씨는 부상을 당한 뒤 10분가량 현장에 방치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두개골 개방 수술을 받았지만 왼쪽 뇌가 괴사돼 회복이 어려운 상태다. B씨 남편은 "뇌혈관이 터져 한 달 뒤 (재)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현재 몸은 움직이지만 지능이 1, 2세 수준"이라고 말했다.

C씨와 D씨는 지난달 15일 사건이 일어난 인천 남동구 빌라에 출동했다가 흉기난동이 벌어졌을 때 범행 제지나 피해자 구호 등 즉각적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확인돼 해임됐다. 이들이 징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년차 경찰이던 C씨는 당시 빌라 외부에서 피해자 비명을 듣고 사건 현장인 3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D씨를 따라 다시 밖으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시보 경찰로 현장에 배치된 지 7개월 된 D씨는 피의자가 흉기로 피해자에게 중상을 입히는 상황에서 현장을 벗어나던 중이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A씨가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A씨가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CCTV 공개 청원은 1만3000명 동의

앞서 피해자 측은 사건 당일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B씨의 여동생은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한 가정이 파괴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공개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30일 오후 1시 기준 1만3,1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B씨 여동생은 이 글에서 "경찰은 언론을 통해서만 사과하고 개혁 의지를 보였을 뿐, 피해자 가족에게는 형식적 범죄 피해 지원 외에는 사과 한마디 직접 하는 일 없이 알 권리조차 묵살하고 있다"며 "애타는 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 CCTV 영상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측은 사건 당시 남자 경찰이 여자 경찰의 등을 떠밀며 현장을 이탈했으며, A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경찰 수사 결과와 달리 계획적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 여동생은 해당 청원에서 "검찰에서 CCTV 영상 일부를 확인했는데, 언니가 칼에 찔리는 것을 목격한 여경이 (빌라 계단을) 내려오면서, 반대로 올라오는 형부와 남경을 향해 (피해 사실을 알리자) 남경이 그대로 뒤돌아서 여경의 등을 밀면서 같이 내려갔다"며 "구호를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는 경찰은 형부와 조카가 사투 끝에 제압한 범인에게 수갑을 채워 데려가면서 탈진한 가족에게 의식을 잃은 언니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건 당일 범인은 언니 집 현관을 칼로 열려다가 칼이 부러지자 칼을 다시 사 갖고 와서 계획적으로 범행했지만 경찰은 우발적 범행으로 몰아 또다시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했다"며 "경찰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CCTV 영상을 감추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피해자 측은 사건 현장인 빌라의 관리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동 현관문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으나 경찰관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당했다. 경찰도 사건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 측이 이에 CCTV 영상을 증거로 보전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앞서 "신청인들은 CCTV 영상이 보관기간 만료나 저장공간 부족으로 삭제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기관이 증거로 CCTV 영상의 사본을 보관하고 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3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경찰의 소명과 존재 이유를 저버린 명백한 잘못"이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찰 모습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경찰 체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3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경찰의 소명과 존재 이유를 저버린 명백한 잘못"이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찰 모습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경찰 체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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