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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대위, 전략 없어... 2002년 대선 패배처럼 될까 걱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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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대위, 전략 없어... 2002년 대선 패배처럼 될까 걱정" [인터뷰]

입력
2021.12.30 04:30
수정
2021.12.30 07:4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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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한국일보 인터뷰
선대위 복귀? "그럴 계획 없다" 선 그어
"尹의 '윤핵관' 개념, 나와 다른 듯하다"
"안티클럽이 팬클럽 이길 가능성 작아"
尹 "범죄자와 토론 못해"... 중도에 영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선대위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선대위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초유의 당대표 선거대책위원회 자진사퇴를 선언한 후 8일째. 29일 만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사퇴 선언 때와 달라진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국민의힘 선대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자신이 초강수를 택한 이유를 힘주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상태로 가면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졌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 될까 걱정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선을 축구에 빗대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공격 축구'가 필요한데, 국민의힘 선대위에선 '반문재인 정서'에만 기대어 '득점 전략'조차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조수진 전 선대위 공보단장의 항명을 계기로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관계자)' 퇴진과 선대위 전면개편을 주장하며 선대위 사퇴를 선언했지만 당내 여론은 이 대표에게 싸늘하기만 하다.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원인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초선의원들은 심지어 '이준석 사퇴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환경에 위축될 법한데도 이 대표는 전혀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제기했던 윤핵관 문제나 선대위 의사결정 구조 문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당내 "이 대표가 곧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엔 "선대위 복귀 계획은 없다"고 못 박으며 선대위에 대한 전면 쇄신 요구를 꺾지 않았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_김 총괄위원장이 선대위 그립을 쥐면서 윤핵관 문제도 해결됐다는 당내 평가에 동의하나.

"김 총괄위원장을 잘 안다. 지금 굉장히 곤란을 겪고 계실 것이다. 여기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가 원하는 걸 다 하느냐에 대해 생각의 차이가 있다."

_윤 후보가 "윤핵관은 없다"고 했는데.

"나와 인식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윤 후보 발언을 보고 '윤핵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나와 다른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_'선대위 전면 개편' 요구에 김 총괄위원장도 "시기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2012년 대선 때 선대위에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들어와서 많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때가 대선 70여일 전쯤이었다. 시기 문제가 아니라 선거 열흘 전이라도 내부 모순점이 있다면 빨리 고쳐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_구체적으로 선대위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적어도 선대위를 구성한 지 1개월 정도 지난 상황이라면 분명한 '득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전략이 기억나는 게 있나. 최근 윤 후보 지지율이 역전되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데, 득표 전략 없이는 이길 수 없다. 선대위 관계자에게 '우리의 대전략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 답을 못할 거다. 일례로 '이남자(20대 남성)'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여자(20대 여성)'를 위해 신지예를 영입하는 게 논리적인 전략인가. 여전히 어떤 누가 결정하고 수행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신지예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 영입이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줬나.

"젠더 논란에 있어 생각이 서로 다른 양쪽의 표를 얻으려 한다면, 생각이 달라도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안 좋은 건 당에 들어오면서 자기 소신이 사라지는 경우다. 우리 당에 들어오는 순간 당 내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입당 전까지 고유한 영역에 있던 분들이 당에 와서 '후보 대변인' 역할만 맡는다면 대중들은 '저 사람은 뭐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세대 통합론'을 강조해왔다. 현재 선대위는 그보다는 '반문재인 연합' 기조가 뚜렷해 보인다.

"안티 전략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진 이유는 '안티 이명박' '안티 박근혜' 전략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안티클럽이 팬클럽을 이길 가능성은 작다. 당시 선거가 '박근혜냐, 아니냐'로 치러졌고 그 순간 이미 승패가 결정된 셈이다. 현재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상황 속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문재인이냐, 아니냐'로만 가고 있다. 공격 축구로 골을 넣어야 관객이 흥미를 갖는데, 우리 편 선수 중 골을 넣기 위해 상대 골문으로 돌진하는 선수가 아무도 없다. 모두 후보 옆에서 복지부동하고 있다."

_울산 회동 때와 이 대표에 대한 당 내 분위기가 다른 건 부담스럽지 않나.

"내게 가장 큰 부담은 선거에서 지는 것이다. 내가 이러는 것은 이기기 위한 방향을 끝까지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상태로 가면 이회창 총재가 2002년 대선에서 졌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 될까 걱정이다. 당시엔 '이 총재에 비해 스펙이 떨어지는 후보(노무현 전 대통령)가 상대가 되겠느냐'고 했지만 그게 독이 됐다. 지금도 똑같다. 윤 후보가 '범죄자와 어떻게 토론할 수 있느냐'고 했는데, 그건 우리 인식이다. 범죄자든 뭐든 상대 당 당원과 상당수 국민이 대통령 후보로 인정하고 우리 후보에 못지 않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면, 윤 후보는 그 발언만으로 이 후보 지지자들을 무시하는 셈이다. 그런 태도 하나 하나가 중도층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_그래도 선대위 복귀 요구가 많은데.

"오늘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내 선대위 복귀가 그렇게 큰 문제인가. 내가 선대위 복귀를 안 해서 대중이 윤 후보 지지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란 말인가. 선대위가 제대로 된 분석 및 기획을 한다면, 그것부터 따져봐야 한다. 내 개인의 거취가 후보의 많은 문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_두 사람이 갈등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게 전형적인 '조직을 위해 네 생각을 접으라'는 논리다. 회사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게 다른 구성원들에게 인간적으로 나쁜 짓이고 회사에도 좋지 않으니 그만하라는 것인데, 그걸 젊은 세대가 좋아할까. 젊은 세대가 우리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는 모양새가 실제 거기서 비롯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_후보 요청이 있으면 복귀한다는 인터뷰가 있었다.

"울산 회동 당시 윤 후보와 합의했던 '후보가 필요한 사항을 당대표에 요청하고, 당대표는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조항을 따른다는 것이다. 선대위에 복귀하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후보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가는데 동행하자'고 요청한다면 동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내가 기획 및 지휘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 외 당대표로서 의무는 다 하면서."

-31일 김 총괄위원장과 만나는데, 연내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해도 되나.

"연내라든지, 날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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