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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안착 실패는 "압력계산 잘못 때문"… 국산기술이어서 분석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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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안착 실패는 "압력계산 잘못 때문"… 국산기술이어서 분석도 빨랐다

입력
2021.12.29 1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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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도·부력 계산 실수로 고정장치 파손
헬륨탱크 흔들리면서 산화제 샌 듯
5월 예정 2차 발사는 내년 하반기로 연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10월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오르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10월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오르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0월 최종 위성궤도 안착에 실패했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마지막 실수'는 헬륨탱크를 고정하는 작은 고정장치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은 밝혔지만,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 내년 5월로 예정됐던 2차 발사 시기는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 다만 실패 원인을 찾는 과정도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0월 말 꾸려진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의 분석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앞서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목표 고도 700㎞까지 닿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엔진이 빨리 꺼지는 바람에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는 두 달간 5차례 회의를 열어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 매진해왔다.

계산 못했던 '부력' 변수... "헬륨탱크 고정 풀리며 산화제 샌 듯"

조사위는 '계산 착오로 인한 고정장치 이탈'을 최종 단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설계 단계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가속도와 이에 따른 부력 증가로 작은 고정장치가 파손됐고, 이것이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엔진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공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리호 3단 발사체 산화제탱크 안에는 엔진에 산화제 공급을 돕는 132L짜리 고압 헬륨탱크가 2개 장착돼 있다. 발사 과정에서 이 부분에 지상의 4배 이상인 중력가속도(4.3G)가 가해지면서 탱크에 482㎏의 부력(80㎏ 성인 6명이 매달려 당기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상 실험 환경에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요소였다.

누리호 최종단계 실패한 이유. 그래픽=박구원 기자

누리호 최종단계 실패한 이유. 그래픽=박구원 기자

조사위원장을 맡은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표준 중력(1G)에 대한 부력만 계산하고, 최대가속도까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이어 "헬륨탱크 지지 구조물은 견딜 수 있는 최대 하중이 405㎏으로 설계됐다"며 "부력이 그보다 커지면서 고정장치가 빠졌고, 탱크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정장치가 빠진 헬륨탱크는 흔들리면서 주변 구조물과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행 중 36초와 67.6초, 115.8초 세 번에 걸쳐 특이 진동이 관측됐는데, 헬륨탱크가 움직이면서 배관과 산화제탱크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사위의 추정이다. 이 과정에서 산화제탱크에 균열이 발생해 산화제가 밖으로 샜을 가능성이 크다. 3단 엔진에 충분한 양의 산화제가 공급되지 못한 직접 원인이다.

2차 발사는 하반기로... "중요한 건 같은 실수 반복 않는 것"

10월 1차 누리호 발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3단 산화제 탱크. 과기정통부 제공

10월 1차 누리호 발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3단 산화제 탱크. 과기정통부 제공

고정장치 설계 등을 변경하기 위해 내년 5월 19일로 예정돼 있던 누리호 2차 발사는 하반기로 미뤄진다.

다만 실패 원인이 비교적 명확히 밝혀진 만큼,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발사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권현준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발사 준비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2차 발사 일정이 밀리더라도 3차 발사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위는 꾸려진 지 2개월 만에 최종 결과를 도출했다. 과거 나로호 때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기간인데, 이는 당시와 달리 전체 개발과정이 순수 국산 기술로 이루어진 덕분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우주 사고는 분석할 수 있는 물체가 없기 때문에 이륙 중 보내온 2,600여 개 데이터만으로 상황을 상상하고 여러 가설을 세워야 해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며 "다만 누리호는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해 비행 상황과 원인 규명이 명확히 이뤄질 수 있었던 편"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1차 발사를 '실패'가 아닌 '개발 과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 통상 첫 발사 성공률은 30%에 불과한 데다, 애초부터 누리호도 3차 발사를 '실질적인 첫 임무'로 봤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 미국 스페이스X가 발사한 팔콘9 로켓 역시 누리호와 동일한 헬륨탱크 지지력 문제로 폭발하기도 했다. 최 부원장은 "선진국에서도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최근까지 경험했던 문제"라며 "우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나호로 때도 그랬지만,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며 "원인을 분명히 알아낸 만큼, 철저한 보완을 통해 (2차 발사는) 잘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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