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생은 출생 다음날 두 살 '고무줄 셈법'..."한국식 나이 폐지를"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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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생은 출생 다음날 두 살 '고무줄 셈법'..."한국식 나이 폐지를" 71%

입력
2022.0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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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적용·행정처리 혼란" 53%
"국제기준에 발 맞춰야" 50%
"만 나이를 법으로 공식화" 58%

한국식 나이 폐지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나이를 세는 방법이 세 가지나 있다. 태어난 순간 ‘0살’로 시작해 매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해지는 ‘만 나이’는 관공서와 병원, 각종 공문서, 민법과 형법 등에서 적용된다. 태어난 순간 ‘0살’로 시작해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해지는 ‘연 나이’는 법 집행의 편의를 위해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등 일부 법이나 규정에 적용된다.

그리고 ‘한국식 나이(세는 나이)’가 있다. 태어난 순간 ‘1살’로 시작해,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해지는 한국식 나이는 공식 문서나 법 등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한다. 실제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이 12월 24~27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2%가 한국식 나이 셈법에 따라 주변에 자신의 나이를 소개한다고 답했다. 반면 만 나이, 연 나이로 자신의 나이를 소개한다는 응답은 각각 10%, 9%로 소수에 그쳤다.

한국식 나이 셈법은 과거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유교문화권에서도 쓰였으나, 현재 일상생활에서 통용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독특한 나이 셈법을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는 고유명사로 이름 붙였을 정도이다. 한국 사람들은 매년 1월 1일에 단체로 생일 축하 파티를 한다는 농담, 한국에서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가 다음날 두 살이 되었다는 사연 등 한국식 나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도 함께 회자된다.


자신의 나이를 소개 할 때 주로 어떤 셈법


한국식 나이 폐지·만 나이 공식 사용에 71%가 찬성

만 나이와 두 살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는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는 줄곧 제기되어 왔다. 2019년, 당시 민주평화당 소속이었던 황주홍 의원이 법률, 행정, 일상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같은 방식으로 나이를 계산하고 표기하자는 취지의 법안인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최근 여론은 우호적이다. 한국리서치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공식 계산 및 표시 방식으로 사용하자는 데 전체 응답자의 71%가 동의해, 반대한다는 의견(15%)보다 높았다. 모든 연령대에서 최소 64% 이상의 응답자가 한국식 나이 폐지와 만 나이 공식 사용을 지지하였다.


한국식 나이 폐지 찬성


한국식 나이 폐지 찬성 이유, 혼란 줄이기 위해 53%

한국식 나이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53%가 ‘법률 적용 및 행정처리에서 오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라고 답했다.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의 나이와 공식적인 행정 서류 및 법 집행 시 적용되는 나이가 달라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국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0%로 뒤를 이었고, ‘정보전달 및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는 부정확함을 줄이기 위해(46%)’, ‘나이로 정해지는 서열문화의 갈등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40%)’, ‘특정 월에 출산을 기피하거나 출생신고를 늦추는 문화를 없애기 위해(29%)’를 꼽은 응답이 뒤를 이었다.


폐지한다면 어떤 방식이 더 적절하나



법·제도로 규정 58%, 캠페인 홍보로 만 나이 사용 유도 38%

한국식 나이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이 더 적절할지를 물었다. 응답자의 58%가 ‘만 나이 사용을 법이나 제도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식’이 좋다고 답해, ‘적극적인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통해 만 나이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좋다는 응답(38%)보다 20%포인트 높았다(모르겠다 3%). 이미 한국식 나이 사용에 익숙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는 권고만으로는 한국식 나이 사용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국식 나이 폐지 반대


한국식 나이 폐지 반대 이유, '고유의 문화여서' 40%, '큰 불편함 없어서' 33%

반대로, 한국식 나이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식 나이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 응답자에게 물어본 결과 40%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다양한 나이 셈법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혼용해 사용하고 있어 불편함이 없기 때문(33%)’, ‘한국식 나이 폐지로 얻는 사회적 이익이 크지 않아서(30%)’, ‘서열문화에 혼란이 커질 것 같아서(2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식 나이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어 현실적으로 없애기가 쉽지 않고, 현재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보니, 한국식 나이 사용 금지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빠른 생일(1~2월생)’로 인해 서열정리 및 관계맺음에서 불편을 겪은 적 있나


10명 중 4명 ‘빠른 생일로 인해 관계 맺음에서 자주·종종 불편함 겪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또 다른 독특한 나이 셈법 중 하나가 바로 1, 2월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빠른년생’이다. 2009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입학 기준이 1~12월로 바뀌었으나, 2002년생까지는 1~2월에 태어났을 경우 한국식 나이 기준으로 학교를 1년 빨리 들어갔다. 즉, 2002년생까지 1~2월에 태어난 사람은 동급생보다 한국식 나이로 한 살이 어린 것이다. 빠른년생들은 그래서 성인이 된 후 자신의 나이를 소개할 때 종종 1월생, 혹은 2월생이라는 점을 부연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한국식 나이와 빠른년생의 존재는 서열 구분을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와 결합해 오랫동안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식 나이와 학년 나이가 서로 다른 빠른년생과의 서열 관계 설정은 말 그대로 그때그때 달랐고, 3명 이상이 얽힐 때는 서열 관계와 호칭이 각자 달라 ‘족보가 꼬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또한 빠른년생 대학 새내기들은 대학교에 다니지만 법적으로는 미성년자에 해당해, 동기들과는 달리 술집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빠른년생’으로 태어나 이익이나 손해를 본 적 있나



이번 조사에서, 빠른년생 중 28%가 ‘빠른 생일로 인해 손해 혹은 불편함이 더 컸다’라고 답했다. 가장 많은 답을 차지한 건 ‘이익이나 손해(불편함)는 특별히 없었다(51%)’이지만, 빠른년생 10명 중 3명 가까이는 스스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빠른년생 중 38%가 본인의 생일로 인해 서열정리 및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자주, 혹은 종종 있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고민은 빠른년생이 아닌 사람들도 공유하고 있었는데, 빠른년생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39%는 생일이 빠른 사람과의 서열정리 및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자주, 혹은 종종 있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 정도가 일상생활에서 빠른년생의 존재로 인해 인간관계 혼란을 체감한 것이다.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주장은 해마다 연초에 제기되곤 하지만, 그동안 특별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곤 했다. 하지만 10명 중 7명이 한국식 나이 폐지와 만 나이 공식 사용에 찬성하는 만큼, 다시 한번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자세히 검토하고, 구체적인 나이 셈법 통일 실행 방안과 점진적인 정착을 위해 머리를 맞댈 때이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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