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유럽안보협력기구도 러시아와 각각 회동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보안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과 무력 충돌 위기 등 안보 현안을 놓고 내년 1월 10일 협상을 시작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연달아 러시아와 회동한다. 세 차례 회담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 대치 국면을 해소할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핵무장 통제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수위 조절을 안건으로 러시아와 다음 달 10일 회의를 개최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달 23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선 러시아가 최근 미국에 요구한 나토 동진(東進)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러시아 인접국에 나토 무기 배치 금지 등 러시아 안전 보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NSC 대변인은 “러시아가 자신의 관심사를 의제로 올릴 수 있듯, 우리도 러시아의 활동과 관련한 우리의 관심사를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러 회담 이틀 후인 12일에는 나토가, 13일에는 OSCE가 각각 러시아와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OSCE는 나토 회원국과 옛 소련 국가 및 모든 유럽 국가들을 포괄하는 범유럽 안보협의체다.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도 가입해 있는 기구인 만큼 이해 당사자들 간 요구 사항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서 조 바이든(화면) 미국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소치=AFP 연합뉴스
러시아도 미국과의 회의 개최를 공식화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러시아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안전 보장과 관련한 러시아와 미국의 협상이 새해 연휴 뒤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새해 연휴가 1월 1~9일이라는 점에 미뤄, 협상이 1월 10일 열릴 것으로 해석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협상 진행 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면서 “푸틴 대통령도 지적했다시피,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서방이 우리의 제안에 대해 끝없는 논쟁을 하지도 말고, 모든 외교적 노력의 결실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른 시간 내에 협상 결과를 도출하자는 제안이었다.
미러 협상에는 양국 외무부와 국방부 대표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자국 외교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러시아 측 협상 대표로 참여한다고 확언했다. 또 미국 측 대표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엿다. 랴브코프 차관은 “셔먼 부장관은 고위 외교관이자 수준 높은 전문가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이익을 아주 강경하게 수호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협상이 쉽지 않겠지만 우리도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협상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10만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고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오히려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면서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27일에도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모스크바 주재 외국 무관과 외교관 등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나토의 군사력은 러시아와의 강도 높은 대규모 군사 충돌에 대한 준비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나토는 수시로 러시아에 직접적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 같은 도발은 군사 충돌로 번질 큰 위험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이 군사적 팽창을 시도하면 러시아도 무력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다만 포민 차관은 “(러시아ㆍ나토 협력에 관한) 로마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선언문에는 러시아와 나토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며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나토ㆍ러시아 위원회 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외교적 해법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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