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걸림돌 풋옵션 소송서 '완승'..."IPO에 탄력"

풋옵션 가처분 신청 기각, 가압류도 취소 결정
어피너티 "2차 중재절차 밟을 것" 반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연합뉴스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과 벌이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되사들이게 할 권리) 소송에서 완승하며, 내년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8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전날 서울북부지법은 어피너티가 제기한 풋옵션 계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신 회장의 자택·급여·배당금·지분 등에 대한 가압류도 모두 취소했다.

이번 판결로 2018년부터 이어온 ‘풋옵션 분쟁’에서 교보생명이 사실상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피너티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주당 24만5,000원에 사면서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확보했다. 행사가격은 구체적인 숫자가 아닌 '풋옵션 행사 시점의 공정시장가액'으로 명시했다.

어피너티는 IPO가 이뤄지지 않자 자체 평가한 공정시장가액으로 2018년 주당 40만9,912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2019년 국제상공회의소(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ICC 중재재판부는 올해 9월 ‘교보생명은 어피너티가 제시한 평가액 40만9,912원에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ICC는 신 회장과 어피너티 간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어피너티 측은 이를 토대로 올해 10월 “신 회장이 주식가격 평가를 위한 기관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계약상 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며 계약이행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에 대해 가압류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가처분과 가압류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 승리와 가압류 취소로 IPO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IPO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 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소송서 패한 어피너티 측은 다시 중재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어피너티 관계자는 “ICC 중재 판정에서 계약상 의무 위반이 이미 확인됐다”며 “2012년 신 회장의 약속을 믿고 1조2,000억 원을 투자했고, 2018년 주주 간 계약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신 회장이 의무 이행을 거부해 2차 중재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중재절차를 밟은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