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의 '자승자박'이다. 승부와 스포츠를 다루면서 가장 멀리해야 할 '조작' 의혹에 휘말렸다. SBS 연예대상 7관왕의 영광은 일주일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잘나가던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은 편집 조작이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 교체 및 징계 절차를 밟는 중이다. 원래대로라면 29일 오후 9시 시청자를 만나야 하지만, 결방을 결정했다. 해당 시간대엔 싸이 콘서트 '올나잇 스탠드' 공연 실황 하이라이트가 전파를 탄다.
리얼리티 연출진, 같은 사례 되지 않도록 편집에 고심
이번 논란으로 SBS를 비롯한 모든 예능국 전체가 문제점을 깊이 인지하고 몸을 사리고 있다. 리얼리티 관찰 예능들도 자칫 편집 순서로 조작 꼬릿표를 달게 될까 우려하는 중이다. 되도록 시간 순서 배치를 바꾸지 않는 편집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편집하면서 VCR 순서를 바꾸거나 소리를 임의대로 넣는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골때녀'의 편집 조작 의혹은 지난 22일 불거졌다. 이날 방송에선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가 진행됐고 최종 스코어는 6대 3으로 FC구척장신이 승리했다.
그러나 이후 방송에 나간 '4대 3'이란 자막과는 달리 '4대 0'으로 표시된 점수판이 화면에 포착됐다며 조작 의혹이 대두됐다. 시청자들은 관중석에 앉은 출연진들의 위치, 벤치에 물병이 쌓인 개수 등이 시간 순서에 맞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후 제작진은 편집 조작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사과했다.
'골때녀' 제작진의 안일하고 오만한 판단
그러나 제작진의 판단은 틀렸다. 명절 특집 파일럿으로 시작해 정규방송 편성 그리고 시즌2까지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편집의 힘이 아니다. 여성 연예인들의 승리에 대한 열정과 성장 등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평균 시청률 7%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시청자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과거 SBS는 '정글의 법칙'으로 조작의 늪에 빠진 바 있다. '정글의 법칙'은 원시부족 조작 의혹, 박보영 소속사 관계자 SNS 폭로 등 시청률과 상관없이 숱한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SBS가 조작 의혹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과거를 잊은 걸까.
분명히 '골때녀' 제작진은 안일했다. TV조선 '아내의 맛'부터 Mnet '프로듀스' 시리즈까지 시청자들의 눈을 피해 조작을 감행했지만 결국 덜미가 잡혔다. 이로 인해 '아내의 맛'은 폐지됐고 '프로듀스' 연출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2021 SBS 연예대상' 8관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게 된 '골때녀'. 이번 일로 팬들과 출연진 모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연출진을 갈아치운다 해도, 신뢰도 회복에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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