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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공유·배두나 '고요의 바다', 반응도 고요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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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공유·배두나 '고요의 바다', 반응도 고요한 까닭

입력
2021.1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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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배두나 주연작 '고요의 바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공유 배두나 주연작 '고요의 바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한국 최초의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가 지난 24일 베일을 벗었다. 공개 시기는 절묘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크리스마스 모임을 취소한 이들이 많은 만큼 OTT 콘텐츠에 쏠린 관심도 컸다. 게다가 공유와 배두나의 조합은 충분히 기대할만한 캐스팅이 아니던가.

'고요의 바다'는 물 부족 사태로 지구가 황폐화된 근미래에 특수임무를 부여받고 달로 간 우주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 드라마다. '마더' '미쓰 홍당무' 각본을 쓴 박은교 작가가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을 맡았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27일 글로벌 온라인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전날 전세계 넷플릭스 티브이쇼 부문 4위에 올랐다. 이 정도면 유의미한 성적이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급 열풍이나 토론거리가 많았던 '지옥'에 비해 반응이 고요하다는 평이 나온다. 왜일까.

시청자들 "영화였다면 더 좋았을 것"

이 작품은 2014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8부작 시리즈로 만들었다. 차라리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었다면, 작품에 대한 평가는 훨씬 좋았을 듯하다. 단편을 8부로 늘리는 과정에서 전개가 늘어져 긴장감이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도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지만 8개의 에피소드는 따분하고 느릴 수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고요의 바다'의 몇몇 에피소드는 특별한 사건 없이 허무하게 끝나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기도 한다.

다만 잔잔한 초반부는 오히려 좋다. 배경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지면서 궁금증을 조금씩 끌어올린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도 깔끔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월수와 소녀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차오르던 긴장감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산발 머리의 괴생명체가 뛰어다니는 순간까지는 좋았으나, 소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며 향후 전개에 대한 호기심이 감소된다.

극을 장악하는 미스터리가 약해서다. 수준높은 스릴러를 기대하며 잔잔한 초반부를 견딘 이들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아역 김시아의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등장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특히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작하는 신은 이 아역 배우의 밝은 미래를 점치게 한다. 반면 다소 밋밋한 캐릭터 때문인지 배두나와 공유는 전작에 비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반전의 키를 쥔 이준의 폭주도 임팩트가 강하진 않았다.

외신 혹평?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현지시간) "배두나, 공유 주연의 이 드라마는 공상과학 장르를 시도한 한국의 최근 실패작"이라며 "'고요의 바다'가 애초에 보여주려던 SF 장르는 감성적인 결론을 보여주려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고 혹평했다. 시청자들이 실망한 채 떠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고요의 바다'가 이 정도 혹평을 받을만한 질 낮은 콘텐츠였을까. 아니다. '고요의 바다'는 수준급 컴퓨터 그래픽과 제작진의 세밀한 묘사가 빛나는 작품이다. 세트에 엄청난 정성을 쏟아 시청자들에게도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우주와 달 표면에 대한 리얼한 표현이나 정교한 우주 기지 구현도 인정할 만하다.

의미 있는 메시지도 생각해 봄직하다. 박은교 작가는 "'고요의 바다'는 가장 죽음과 맞닿아 있는 공간에서 생존에 대한 가치, 의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며 "인류 전체가 생존의 위협을 받을 상황에 놓인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나의 행동과 인류가 나아갈 길을 선택하게 될까"라는 물음표를 던졌다. 시청자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을 주제다.

또한 SF는 국내에서도 크게 사랑받는 장르는 아닌 만큼 도전 자체가 뜻깊다. 이미 잘 닦여진, 성공이 보장된 길만 걸어서는 K-콘텐츠의 발전도 꾀할 수 없다. 어찌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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