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로정비추진단 들어서
집결지 관통하는 소방도로 개설
수원시 나서자 경찰·시민도 호응
지원책 내놓자 2년 만에 완전 폐쇄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경기 남부권역의 대표적 홍등가였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버텨왔지만 지난 5월 최종 폐쇄됐다.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어떻게 폐쇄됐을까.
2019년 1월 집결지 한복판에 수원시의 ‘수원역 가로정비추진단’이 들어서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역 집결지에는 113개 성매매 업소에 250여 명이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원역 가로정비추진단’은 다닥다닥 붙은 성매매업소 건물의 안전을 위해 집결지를 관통하는 소방도로 개설을 우선 목표로 정했다. 성매매업소 업주와 건물주 등으로부터 항의와 욕설, 협박까지 받았지만 추진단은 10개월 만인 그해 11월 도로개설 구간에 편입된 24개 필지와 지장물 14개 동을 강제수용 및 명도소송 없이 매입하고 소방도로를 냈다.
추진단이 10개월 동안 폭 2m 도로를 6m로 확장하는 동안 수원시의 다른 부서들은 '수원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해 '성매매피해자 현장상담소'를 개설하는 등 피해 여성 구제책을 마련했다.
조례에 따라 지역의 성매매 피해여성은 본인이 희망할 경우 △주거비 임대료 1년간 800만 원 이내 △생계비 월 9만 원 △학원수강료 등 직업훈련비 연간 360만 원 이내 등의 조건을 내걸고 지원을 받았다. 이달 27일까지 60명의 여성이 신청해 혜택을 받았다.
수원시가 팔을 걷고 나서자, 경찰과 시민들도 호응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원역 집결지 일원 2만5,364㎡를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했다. 안심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경찰의 순찰이 의무화돼, 성매매 자체가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 집결지 인근 고등동과 매산동 주민들도 지난 3월부터 ‘안심거리조성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었다.
민관의 끈질긴 노력에 결국 성매매 업주들은 지난 5월 31일 "문을 닫겠다"고 자진 폐쇄를 선언했다. 성매매업소들이 완전 사라지자, 수원시는 지난 10월 27일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있던 팔달구 매산로 1가 114번지 일원의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현재는 건물마다 재건축이 한창이다.
수원시는 27일 추진단 설립부터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될 때까지 1년 6개월의 여정을 담은 백서 ‘울림’을 제작 배포했다. ‘울림’은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처럼 지자체와 경찰, 주민이 협업을 통해 이뤄냈다는 점을 강조해 붙인 이름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발간사에서 “세상과 분리된 ‘붉은 공간’(성매매집결지), 한없이 견고해 보이던 벽에 균열을 일으킨 건 오롯이 시민의 힘이었다”며 “시민이 주도한 ‘안심거리조성 협의체’ 등 모두가 마음을 모아 성매매집결지 폐쇄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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