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당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채 실패의 아픔을 맛봐야 했던 가수가 30여 년 만에 가요계에 강제 소환돼 신드롬급 인기 속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쏟아지는 예능과 음반, 광고 러브콜은 느지막히 찾아온 그의 전성기에 불을 붙였고, 그는 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로 부활했다. 일명 '탑골 GD'로 재조명 받은 가수 양준일의 인생사는 이처럼 드라마틱했다.
美서 서빙하다 30년 만 신드롬 주인공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과거 활동 영상이 화제를 모았던 그는 지난 2019년 JTBC '슈가맨3-투유 프로젝트'에 출연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과거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는 혹평을 받았던 그의 음악은 30여 년 후인 최근에서야 진가를 인정 받으며 재평가됐다. '슈가맨' 출연 전까지 가수 활동을 접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식당에서 서빙 일을 해왔던 비운의 가수라는 극적인 스토리는 그를 향한 관심과 호감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오랜 기다림 끝 우연처럼 찾아온 전성기는 뜨거웠다. 과거 그의 팬이었던 스타들이 SNS를 통해 양준일과의 인증샷을 게재하며 뜨거운 팬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각종 방송에서도 양준일의 모습이 쏟아졌다. 아이돌 못지 않은 화력을 지닌 팬덤 역시 결집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19년 개최한 팬미팅과 내년 개최 예정인 팬미팅은 티켓 오픈 3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고, 그가 출연한 광고 제품의 판매고 역시 수직 상승하며 그의 몸값을 불렸다.
잡음·논란 따라 붙은 극적인 전성기
그야말로 '인생에 한 번 올까' 할 기적처럼 만난 전성기였지만, 그 이후에도 양준일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불거진 양준일의 이혼설 및 재혼설, 몰래 낳은 딸과 첫 부인이 괌에 있다는 루머가 시작이었다. 결국 양준일이 현 부인과 재혼한 상태는 맞지만 고등학생 딸은 전 부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 낳은 것이라고 해명하며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논란은 끝이 아니었다. 이후 양준일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여성 스태프를 성희롱 하는 듯한 발언으로 또 다시 논란을 야기했다. 영상은 빠르게 삭제됐고, 제작진 역시 '오해'라며 해명했지만 비판은 이어졌고 결국 양준일은 뒤늦은 공개 사과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신드롬급으로 번졌던 그의 인기에는 재를 뿌린 격이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올해 초에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 번 화두에 올랐다. 1992년 발매한 2집 앨범 수록곡 중 4곡의 작곡가가 실제 작곡가가 아닌 양준일로 한국 음악 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소속사 측은 "양준일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저작 재작권을 양도 받았다"라며 실제 작곡가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불한 뒤 계약을 통해 양준일이 저작 재산권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준일 측은 해당 고발이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복귀 이후 최대 위기, 등 돌린 팬심?
다양한 논란 속에도 양준일을 향한 팬들의 지지는 굳건했다. 그의 실언으로 야기된 비판 여론 속에서도 팬들은 '피의 실드'로 양준일을 감쌌고, 오히려 과도한 악플을 남긴 악플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불사했다.
그런 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양준일의 복귀 이후 최대 위기다. 가장 먼저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지난 9월 팬카페를 통해 예약 판매한 포토북을 둘러싸고 불거진 품질 불만, 표절·탈세 의혹, 환불 과정에서의 잡음이었다. 이와 함께 팬들 사이에서는 1인 기획사로 운영 중인 현 회사가 불법 운영 중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팬들의 민심을 떠나 보낸 건내년 1월 개최 예정인 그의 팬미팅이었다. 내년 1월 8일 경기도 안양아트센터 관악홀에서 열리는 그의 팬미팅 VIP석 가격은 16만 원이다. 13만 원에 판매된 R석의 경우도 고가인 것은 마찬가지다. 콘서트도 아닌 팬미팅의 티켓 가격이 이처럼 비싼 것은 유명 아이돌 그룹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논란이 확대되자 팬카페 운영자는 부랴부랴 "팬미팅은 콘서트 형식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팬들을 호구 삼아 장사를 한다'라는, 팬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양준일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눈물의 심경 고백에 나섰다.
하지만 "공연에서 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공연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걸 문제 삼았다. 콘서트 가격 자체도 내가 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책임 회피성 해명은 비판 여론만 키울 뿐이었다. 연예 활동과 인기에 욕심이 없기에 기획사를 찾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소규모로 굿즈와 행사를 기획하다 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그의 해명은 자칫 궤변처럼 들린다.
지난 24일 그는 자신의 SNS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랑과 미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많이 울고 마음이 편해졌다. (팬들과) 같은 한국에서 있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다"라는 심경을 덧붙여 밝히기도 했다. 본인에게 쏠리는 비난의 화살에 대한 억울함을 드러낸 그의 선택은 법적 대응이다. 양준일은 자신에 대한 '루머'를 양산한 네티즌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계속되는 논란에도 내년 팬미팅은 강행할 예정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적 대응으로 자신에 대한 악플은 막을 수 있더라도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순 없다는 것이다. 30여 년의 공백 끝 그에게 전성기를 선물한 것은 결국 오랜 시간 그를 기다리고 지지해준 팬들이다. 논란 속에서도 곁을 지켰던 팬들이 끝내 등을 돌린 것은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을지언정) 노골적인 팬 장사 탓이라는 것을 깨닫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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