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거부하면 다양한 군사ㆍ기술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에 경고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TV 방송 '로시야 1'(러시아 1)가 방영한 국정 홍보 프로그램 '모스크바·크렘린·푸틴' 인터뷰에서 '미국과 나토가 이번에도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군사·기술적 대응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대응은 아주 다양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군사전문가들이 내게 하는 제안들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서방과 벌이는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 참모들이 제시하는 조치로 대응할 것이란 취지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서방으로부터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협상 과정에서 뭔가를 중단시키기 위해 어떤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문서의 형태로 법률적으로 명시된 외교적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제안을 했다"며 "우리는 이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경고의 목적이 협상을 통해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확실히 받는데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반 러시아 정부가 들어선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시아는 서유럽과의 완충지대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집결했다. 나토가 내달 러시아와 협상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직후 러시아는 1만 명을 철군했지만, 여전히 1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포진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안보 문제에서 러시아가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지점까지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의 무력시위, 서방을 상대로 한 안전보장 요구의 정당성을 강조한 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토의 정치적, 군사적 인프라가 러시아 국경 쪽으로 추가로 확장할 위협이 존재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와 같은 국가들로 나토가 확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사실상 생사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앞서 푸틴은 24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나토가 더는 동진을 하지 않겠다는 1990년대의 구두 약속을 어기고 다섯 차례나 확장을 계속했다고 격앙된 어조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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