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겹겹 위기에… 김건희 '대국민 사과'로 정면돌파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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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겹겹 위기에… 김건희 '대국민 사과'로 정면돌파 시도

입력
2021.12.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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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허위 이력 의혹에 "모든 게 제 불찰"
"남편 대통령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할 것"
구체적 의혹 소명 없이 감성적 호소에 주력
윤석열 "아내가 사과했고 저도 똑같은 마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개 행보를 망설이던 김씨가 정면돌파로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윤 후보의 위기 상황이 있다. 윤 후보는 최근 김씨를 포함한 '가족 리스크'와 본인의 설화, 선대위 내홍까지 겹치며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다만 김씨의 회견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말끔한 해명 대신 감성 호소에 주력하면서 윤 후보에게 위기 극복을 위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줄지는 불투명하다.

'대국민 사과'였지만 감성 호소에 주력

김씨는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직접 작성한 대국민 사과문을 6분간 읽어 내렸다. 지난 14일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 보도가 나온 지 12일 만이었다. 김씨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윤 후보의 6월 정치참여 선언 이후 6개월 만이다.

수원여대 겸임교수 임용 지원서에 허위 이력을 기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일부 인정했다. 김씨는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다만 관심을 모은 허위 이력에 대한 해명보다는 남편인 윤 후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존경하는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다", "결혼 이후 남편이 겪은 모든 고통이 다 제 탓" 등의 표현으로 거듭 몸을 낮췄다.

윤 후보와의 첫 만남이나 유산 경험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는 잠시 울먹였다. 김씨는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며 "잘못한 김건희를 욕하시더라도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길 부탁드린다" 등으로 지지층의 감성에 호소했다. 여권이 제기하는 '실권' 의혹을 의식한 탓인지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솔직하게 사과할 것" 의지에 전격 등판

역대 대선에서 후보 배우자의 대국민 사과가 없었던 만큼 김씨의 등장은 이례적이자 전격적이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서도 김씨의 사과 회견을 두고 찬반이 엇갈린 상황이었다. 윤 후보가 17일 "배우자의 논란은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고 사과한 만큼 김씨가 나설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사과 의지를 표명한 건 김씨였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김씨가 25일 저녁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해야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약 1,100자의 사과문도 김씨가 직접 작성했다. 유산 등 사생활이 담긴 부분이 많아 선대위 차원의 고민도 있었지만, 김씨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제 마음을 표현하고 국민께 사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씨는 그러면서 사과문을 수차례 고치면서 낭독하는 등 준비를 했다. 헤어스타일도 단발머리로 단정하게 바꿨고,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사과 회견에 맞는 차분한 느낌을 연출했다.

그간 김씨의 등판에 부정적이었던 윤 후보도 전날 마음을 돌리고 아내에 대한 응원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윤 후보는 김씨의 회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제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표문을 바라보고 있다. 이한호 기자


'공정' 균열·지지율 하락에 전격 등판

김씨의 등판은 그만큼 윤 후보가 '김건희 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김씨가 언론과 여권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일부 허위 이력 기재를 시인하면서 '공정 대통령'을 비전으로 띄운 윤 후보의 입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 자진사퇴를 선언하는 등 선대위 내 헤게모니 다툼으로 자중지란을 보이고, 윤 후보도 각종 말 실수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 전격 발표되면서 '박근혜 수사 검사'인 윤 후보가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에게 악재가 겹치는 상황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 부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한때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고 우세했던 윤 후보의 지지율도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날 발표된 CBS·서던포스트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의 지지율은 27.7%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36.6%)에게 오차범위(±3.1%) 밖으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연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구체적 의혹 소명 없는 건 한계

김씨는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불찰'이란 말만 했을 뿐 구체적인 소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여권을 중심으로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선대위 측은 "김씨 의혹은 부정확한 기재에 가깝다"며 '전체가 허위는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씨도 회견 후 취재진과의 문답 시간을 갖지 않은 채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곧장 회견장을 떴다. 그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비친 건 10분 남짓이었다.

김씨는 이날 "남은 선거기간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대외 활동에 등장하는 것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씨가 '대국민 사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만큼, 여론 추이에 따라서는 윤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김씨는 조용한 내조를 원하고 있지만 대선후보 부인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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