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후 '독과점' 노선 LCC에 재배분 거론
유럽·미국 등 장거리 노선 한계·효율성 문제도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심사도 막바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심사를 마무리 하고 이르면 내년 초 결론을 낼 전망이다. 두 회사가 운항하는 항공 노선별로 독과점 여부를 따지는 기업결합 심사 특성상 일부 노선의 운수권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결론 낼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번 주 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건에 대한 심사 보고서를 해당 기업에 보내고 조만간 전원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침을 밝힌 뒤,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월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연내 심사 마무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심사보고서가 상정되면 기업 측 의견 제출 절차를 거쳐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낸다. 이르면 기업결합 신고 후 약 1년 만인 내년 초 전원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국내 1, 2위 국적 항공사인 만큼 독과점에 따른 시정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두 회사가 운항하는 143개 국제노선 중 77개 노선이 통합 후 운항 편수 점유율 5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가 모두 항공기를 운항하는 노선은 58개인데, 이 중 32개 노선이 통합 후 점유율 50%를 초과한다.
이에 공정위는 국토교통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항공산업 특성을 반영한 시정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대신 두 항공사의 운수권 일부를 회수하는 조건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두 항공사가 결합했을 때 노선 점유율이 100%가 되는 단거리 노선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진출을 허용해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다만 기업 규모가 작은 LCC에 넘기는 방식만으로는 유럽이나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을 배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운수권 회수는 대한항공에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아시아나와의 통합을 위해 기존 노선을 다른 회사에 내주면 별개 회사가 운영되는 것보다 사업 범위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에 대해서도 이번 주 중 심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를 상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2019년 7월 기업결합 신고서를 받은 뒤 2년 반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 간 M&A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다. 두 회사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LNG선 선사가 몰려 있는 유럽이 두 회사의 결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서다. EU 집행위는 내년 1월 20일까지 심사를 끝내기로 했다.
한국 공정위가 독립적으로 승인 여부를 심사하지만, 큰 시장이 있는 EU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