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사전 녹화 크리스마스 메시지
4월 남편 필립공 별세 추모 목소리 담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과 가족을 잃은 슬픔이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바꿔 놓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부군 필립공 별세 후 맞은 첫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통해 애끓는 그리움을 그려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많은 영국인들에게도 위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전 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크리스마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행복의 시간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시간일 수 있다”며 “특히 올해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왕은 이어 “사랑하는 필립”을 말하며 “익숙한 웃음이 하나 사라졌다”고 필립공을 추모했다. 또 “나와 가족이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는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즐기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공은 지난 4월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영국 BBC방송 등은 여왕이 이날 필립공과의 신혼여행에서 착용했던 브로치를 달았으며 화면에 비친 책상 위에는 필립공과 여왕이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통상 일정을 취소했다. 영국 왕실은 관례적으로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왔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은 올해도 가족 오찬을 취소하고 윈저성에 머물기로 했다. 대신 찰스 왕세자와 부인 커밀라 파커 볼스가 윈저성을 방문해 여왕을 만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여왕 역시 일상 복귀를 소망하는 아쉬움 담긴 메시지를 남겼다. 여왕은 “코로나19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우리가 바라던 대로 축하할 수는 없겠지만 캐럴을 부르고, 트리를 장식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등 여전히 많은 전통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여왕이 머물고 있는 윈저성에 흉기를 소지한 10대가 침입해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윈저성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 경찰이 사우샘프턴에서 온 19세 남성을 체포해 구금했다고 전했다. 영국 선데이미러 등은 이 남성이 석궁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줄사다리를 사용해 성 내부로 침입하려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경찰 측은 용의자를 보호구역 위반 및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며 왕실 측에도 사건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었다고 밝혔다.
왕실을 겨냥한 위협 시도는 최근 들어 줄잇는 모습이다. 스카이뉴스는 지난주 한 여성이 윈저성에서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탑승한 차량을 두들겼다가 체포됐으며 지난 5월에는 31세 남성과 29세 여성이 윈저성 로열 로지에 침입하려다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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