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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배기까지 35명 불에 타 …미얀마 군부, 성탄 전야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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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배기까지 35명 불에 타 …미얀마 군부, 성탄 전야 학살

입력
2021.12.26 15:15
수정
2021.12.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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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아침에 시신 무더기 발견
인권단체 "군부 피해 달아나던 주민들"
군부 "먼저 총격 가해 교전 중 사망"

크리스마스인 25일 아침 미얀마 카야주 모소 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불에 탄 차량들. 차량들 안에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타 버린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미얀마나우 캡처

크리스마스인 25일 아침 미얀마 카야주 모소 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불에 탄 차량들. 차량들 안에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타 버린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미얀마나우 캡처

성탄절 아침 미얀마 동부의 한 마을 근처에서 불에 탄 채 버려진 시신 35구가 발견됐다. 인권단체들은 군부의 만행이라고 성토했다. 천인공노할 '크리스마스이브의 학살'이다.

26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역 인권단체와 반(反)군부 무장단체 카레니민족방위군(KNDF)은 전날 카야주(州)의 모소(moso) 마을 근처에서 불에 탄 차량 8대와 오토바이 5대에서 최소 35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검게 그을리거나 두개골이 드러났을 정도로 모두 불에 탄 뒤였다.

KNDF 관계자는 "24일 오전 11시쯤 주차된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봤지만 군인들이 근처에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음날 아침에야 학살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대규모 학살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졌다는 얘기다.

현지 매체가 기사에 '끔찍한 사진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달 정도로 현장은 참혹했다. 그을린 유해 중에는 5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아이도 있었다. 시신들은 한데 엉겨 붙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시신 상태만으로는 누군지 식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그들(군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들의 범죄는 파시스트가 저지른 범죄보다 악질"이라고 절규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미얀마 카야주 학살 현장에 남겨진 차량. 미얀마나우 캡처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미얀마 카야주 학살 현장에 남겨진 차량. 미얀마나우 캡처

인권단체와 KNDF는 전날 차량 목격담과 차량에서 발견된 보급품을 근거로 희생자들이 군부의 만행을 피해 달아난 지역 주민으로 추정하고 있다. KNDF 대원은 "불이 나기 전 여성과 어린이를 태운 소형 차량이 사건 발생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지나가는 것을 봤다"며 "일부는 재가 됐고 일부는 타버려서 희생자가 몇 명인지, 성별과 연령대가 어떤지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24일 미얀마 육군 66경보병사단 100여 명이 주민들을 구타하고 마을을 약탈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군인들은 모소 마을 근처에서 충돌한 무장단체 대원 4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희생자들이 살해된 뒤 불에 태워진 것인지, 군인들이 고의로 트럭에 휘발유를 뿌리고 산 채로 불태웠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군부는 학살을 부인했다. 친(親)군부 매체는 '모소 마을로 향하던 차량 7대가 군의 요청에도 멈추지 않고 총격을 가해 교전이 벌어졌다'고만 했을 뿐, 정확한 사망자 숫자와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KNDF는 "여성과 아이들이 포함된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무기를 가질 수 있었겠냐"고 반박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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