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1심 재판부 임의제출 PC들 증거서 배제키로
법원 “대법 판례 취지, 피의자 참여권 보장하란 것”
檢 “사용 자체 부인하는 데 어떻게 보장하나” 반발
‘자녀 입시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부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사용한 것으로 지목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이 PC 확보 과정에서 피의자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입시비리 사건의 핵심 증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사법 절차를 부정하는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마성영 김상연 장용범)는 24일 열린 조국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 “동양대 조교 A씨가 임의제출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와 (부부의 자산관리인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 김경록씨가 임의제출한 자택 서재 PC (하드디스크), 조 전 장관 아들의 PC에서 나온 증거들은 모두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딸의 ‘허위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이 발견된 동양대 PC는 앞서 정경심 전 교수 1·2심 사건에서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조 전 장관의 방배동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들에서도 아들의 허위 법무법인 인턴십 확인서·동양대 총장상 등 중요 증거가 발견됐다. 재판부가 "여기에서 파생된 2차 증거들은 증거로 쓸지 안 쓸지 추후에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뒀지만, 검찰로서는 ‘허위 증명서’라고 지목한 입시비리 사건의 핵심 증거들을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게 돼버린 셈이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경록씨 및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 사건에서 이미 동양대 PC 등이 증거로 사용된 점을 들어 “두 차례 적법성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이 두 사건에서 유죄를 확정했을 뿐 ‘실질적 피압수자의 피의자 참여권’이 법정에서 쟁점화되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전 교수의 참여 없이 김경록씨 동의만으로 확보한 PC를 정 전 교수 재판 증거로 활용해도 되는지 여부를 대법원이 판단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증거 배제 결정과 관련해, 올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근거한 것(▷피의자 참관 없이 찾은 별건 범행 단서...대법 "증거 채택 안 돼")이라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은 불법촬영 피해자가 가해자 휴대폰 두 대를 확보해 경찰에 제출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임의 제출 받은 피의자 휴대폰에서 추가 범죄단서를 포착했어도 피의자 참관 등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 의사를 공범의 의사로 추단해선 안 되고, 이는 위법하다는 게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라고 해석했다
검찰은 재판부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 취지를 오해한 게 아닌가 한다”며 “동양대 PC는 당시 소유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었고, 휴게실에 버려진 상태에서 직원으로부터 임의 제출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정 전 교수)은 자기가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피의자에게 통지하고 참여권을 보장해줘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의했다. 검찰은 이후 별도의 입장문을 내 재판부의 증거 결정에 대해 신속하게 이의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예정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증인신문은 취소됐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최 대표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해, 검찰이 증인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4일 열린다. 김경록씨, 동양대 조교 등이 조 전 장관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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