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빚 1845조... 증가폭 주요국의 5배
최악의 부동산 거품이 금융불안 심화
최악 땐 성장률 -3% 뒷걸음칠 수도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가계빚 규모가 2,000조 원에 달하는 와중에 국내외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는 등 최악의 상황이 생길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특히 가계빚 증가 속도가 주요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만큼, 예기치 못한 대내외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가계빚 11년 만에 두 배... 부동산 취약성 '최악'
한국은행은 23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 3분기 말 기준 1,845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적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민간 및 정부의 부채도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한은은 주요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부채 비율과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봤다.
실제 올 3월 말 기준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9%로 상위 30개 주요국 평균(63.2%)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10년간 이 비율의 증가폭도 31.7%포인트로 주요국(+6.9%포인트)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가계부채 규모 자체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말(843조 원) 이후 11년 만에 두 배 이상 폭증한 상태다.
국내 금융 취약성이 커질수록 값이 높아지는 금융취약성지수(FVI)도 올 3분기 기준 56.4로 장기 평균(2010년 이후·31.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높은 금융취약성의 주된 요인은 고삐 풀린 집값이었다. 올 9월 말 기준 부동산 금융취약성지수는 최고치인 100(0~100)을 기록했다. 거품 낀 부동산 가격이 대출 증가를 부채질해 금융불균형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현재의 금융불균형 상태에서 10% 확률로 발생하는 매우 극단적인 충격이 발생할 경우 1년 뒤 GDP 성장률이 연간 -1.4%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내놨다. 여기에 미국(63.7)과 중국(87.3) 등 1년 새 큰 폭으로 상승한 주요국 금융취약성지수까지 고려할 경우 성장률은 -3%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890조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도 '뇌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됐다. 올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임금 근로자보다 대출 규모가 크고 원리금 상환부담도 높게 나타나지만, 소득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도 부동산담보대출(69.3%)로 운영 및 시설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자산 가격 하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또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인한 매출 부진에도 폐업률(2020년 기준 11.8%)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12.7%)을 밑도는 등 폐업이 지연되는 사이 부채는 쌓이고 있어,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불균형이 누적돼 잠재적 취약성이 커진 상황에서 충격이 생기면 그 영향이 금융·경제 전반에 나타난다"며 "대내외 여건 변화 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높아진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대응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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