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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민 80% 찬성하는데... “여왕은 제외” 방안 제출한 전문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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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민 80% 찬성하는데... “여왕은 제외” 방안 제출한 전문가회의

입력
2021.12.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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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회의 보고서,
왕위 계승 서열은 손대지 않아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가 5일 성인식 행사를 가졌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제작에 3억 원이 드는 티아라는 고모의 것을 빌려 썼다. 도쿄=AP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가 5일 성인식 행사를 가졌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제작에 3억 원이 드는 티아라는 고모의 것을 빌려 썼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에서 차기 왕의 승계 순서를 놓고 현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나 그 아들인 히사히토가 아니라 나루히토의 외동딸인 아이코가 돼야 한다는 여론은 비교적 두드러지는 편이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이런 의견에 찬성한다. 교도통신의 2019년 10월 조사에서 '여성 일왕'에 대해 82%가 찬성했고(반대 14%), 올해 4월 조사에선 찬성 87%, 반대 12%로 같은 흐름이 더 강화됐다. 그러나 공식 논의는 여론과 반대로 가고 있다.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식을 논의하는 유식자(전문가) 회의’는 22일 현재의 왕위 계승 서열엔 손대지 않고 왕족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만을 정리한 최종 보고서를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제출했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보고서는 “왕족 수의 확보가 긴급 과제”라며 이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정리했다. 1안은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족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 2안은 옛 왕족이던 남성의 후손인 남성을 양자로 들여 왕족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3안은 1, 2안으로도 왕족 수가 충분치 않을 경우에 고려하는데, 2안에 해당하는 남성을 양자로 들이지 않고 법률로 직접 왕족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2018년 2월 22일 58세 생일을 맞은 나루히토(가운데) 당시 왕세자(현 일왕)와 가족이 도쿄에서 촬영한 가족사진. 왼쪽이 마사코 왕비, 오른쪽은 아이코 공주다. 도쿄=AFP 연합뉴스(궁내청 배포)

2018년 2월 22일 58세 생일을 맞은 나루히토(가운데) 당시 왕세자(현 일왕)와 가족이 도쿄에서 촬영한 가족사진. 왼쪽이 마사코 왕비, 오른쪽은 아이코 공주다. 도쿄=AFP 연합뉴스(궁내청 배포)


현재 일본 왕족 남성은 나루히토, 후미히토, 히사히토 등 세 명에 불과하고, 여성을 합쳐도 총 17명에 그친다. '황실전범'에 따라 여성 왕족이 결혼으로 왕실을 떠나면 숫자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결혼을 하더라도 왕족으로 남게 하자는 게 1안이다. 하지만 이 경우 마코처럼 결혼을 통해 왕실을 떠나려는 여성들의 자유 의사를 제약할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여성이 왕족에 남더라도 이 여성이 결혼한 일반인 배우자와 자녀의 신분 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왕족 남성이 결혼하면 배우자와 자녀가 왕실의 일원이 되지만 왕족인 여성이 결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성의 후손만 왕이 될 수 있다는 ‘남계 일왕’의 전통을 유지하겠다는 자민당 보수파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옛 왕족 남성의 후손인 남성이 왕족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왕위 계승 자격은 갖지 못한다고 밝혔다. 왕족의 숫자는 늘릴 수 있지만 왕이 될 후보가 극도로 부족한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는 셈이다. 나루히토 일왕의 딸 아이코가 왕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며 여왕도 인정하라는 여론이 80%를 넘지만 자민당 보수파는 여왕이나 여계 일왕(여성 왕족의 자녀가 왕이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시다 총리 역시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여왕이나 여계 일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앞으로 전문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황실전범'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국민 여론과 보수파의 의견이 크게 갈리는 만큼 논의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여성 왕족과 옛 남성 왕족의 후손 등은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아사히신문은 “황실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며 “왕위 계승 논의를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논의해, 당사자인 왕족이 안심하고 성장할 환경을 빨리 정리하면 안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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