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성남도개공 관계자들 극단 선택
검찰 수사 자체로 상당한 압박 받을 수밖에
조직서 '준범죄자'로 낙인...정상 생활 어려워
수사 장기화하면서 언론 등에 노출도 부담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무 부서장이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검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사건 관계인이 사망하는 비극이 반복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검찰이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의 '트리거(Trigger)'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고인이지만 '대장동팀' 공소사실에 등장하는 김문기
검찰 조사 대상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의심의 눈초리는 당연히 검찰로 향하게 된다. 혐의 여부를 떠나 조사받는 이들이 갖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 처장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4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변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억울함에 대한 충분한 법률적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탄을 자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없을 말 한마디나 눈빛 하나도 조사실에선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검찰 조사 방식이 강압적이라는 불만이 자주 제기되는 이면에는 심리적 측면도 깔려 있는 셈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되는 사건과의 연관성도 또 다른 두려움의 대상이다. 김 처장 역시 앞서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이른바 '대장동팀'의 공소장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검찰은 강압수사 의혹을 부인한다. '잘못된 수사 방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과거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 처장에 대한 조사 역시 "(일각에서 주장하는) '뭘 받았느냐' 식의 금품수수 의혹은 물어보지 않았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사업협약서 작성 과정에 한정해 법과 절차에 따라 참고인 조사를 했을 뿐"이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김문기, 조직에 보호 못 받는다 느껴..."자존감 부서졌다" 한탄
검찰 수사로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준범죄자 낙인이 찍히는 것도 극단적 선택의 이유로 거론된다. 특히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공공기관에선 주변 시선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다. 김 처장 역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내부 감사를 받은 뒤 사망 당일 중징계 의결 통보를 전달받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애착을 갖고 진행했던 대장동 사업이 검찰 수사 등으로 문제투성이 사업으로 각인되자, 김 처장은 자존감이 부서졌다고 주변에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언제든 다시 수사받을 수 있다는 점도 극복하기 힘든 스트레스로 꼽힌다. 언론에 계속 사건 내용이 언급되고 노출되는 것도 부담이다. 검찰은 김 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거나 피의자성 참고인으로도 보고 있지 않았고,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 청구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처장은 대장동 관련 수사가 늘어지면서 김만배씨 기소(11월 22일) 전에 세 차례(10월 6, 7, 12일)나 조사를 받은 뒤, 이달 9일 또다시 검찰에 불려갔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수사일수록 유능한 검사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 이유는 범죄와 관계없거나 연관성이 낮은 사람들을 솎아내서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대장동 수사가 마무리될 기미가 없었기 때문에, 김 처장처럼 현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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