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연구소 '2022 국제정세전망'
북미 '동결 상태' 내년도 지속될 가능성
내년 하반기 남북관계 개선 가시화 전망
내년에도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정세 전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 등 한반도 정세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불투명하다는 진단이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21일 발간한 '2022 국제정세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미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내의 위기 대응과 국내 정치에 집중하면서 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현재의 북미관계를 '사실상 동결상태'로 규정하고 내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대체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정세전망은 연구진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외교부나 국립외교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이 외교정책 수립에 기여할 목적으로 작성되는 만큼 내용의 의미는 작지 않다.
북미는 내년 서로의 입장을 타진하기 위한 단발성 대화를 진행할 가능성은 있지만 북핵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또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와 5월 한국 새 정부 출범도 한반도 정세의 전환점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 북미 양측의 국내 상황을 들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국내 정치에 보다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가) 북한 문제는 핵실험 등 '레드라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실무팀에 맡길 것"이라며 "워싱턴에는 북한 혐오증, 북핵 협상 무용론, 비핵화 비관론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대화 거부 방침을 바꾸고 미국 내 반북감정을 극복하려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북한도 미국이 바라는 대로 '무조건 대화'에 나서거나 강경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북경제 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19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와중에 추가 제재를 부르는 도발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북한은 자신의 핵무장으로 역내 안정이 유지된다고 주장하며 한미동맹 강화에 비판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의 진척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전 교수는 "북미 지지를 확보해야 하고, 코로나19로 북한과 대화 자체가 차단돼 있어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중국의 참여와 지지 여부도 불투명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보건의료 협력 △남북기본협정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추진으로 '한반도의 봄'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전망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는 "새 정부 출범 후 개성 연락사무소의 복원 여부가 차기 정부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확인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전방위적으로 격화한 미중 간 경쟁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외교적 도전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견제 목적으로 한미동맹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입김은 내년에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군사 협력 등에서 미국 편에 서라는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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