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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수출통제’ vs 러시아는 ‘가스관 중단’...압박 수단 총동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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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수출통제’ vs 러시아는 ‘가스관 중단’...압박 수단 총동원전

입력
2021.12.22 18:11
수정
2021.12.22 18:2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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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4일 루한스크주의 노보아이다르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아이다르강을 가로지르는 부교를 통해 탱크를 이동시키고 있다. 루한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4일 루한스크주의 노보아이다르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아이다르강을 가로지르는 부교를 통해 탱크를 이동시키고 있다. 루한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수출 통제'와 '가스 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자"면서도 양측 모두 압박 수단을 총동원하는 양상이다.

로이터 통신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스마트폰·자동차·항공기 부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조치가 실행될 경우 러시아 소비자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중대한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며 "전례 없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 당시 사용했던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5월 중국 IT기업인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미국은 지난해 9월 전 세계 모든 반도체 기업이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미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반도체 공급망을 활용한 경제 제재로, 같은 방식의 작전을 동원해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애플과 함께 러시아 휴대전화 시장의 주축인 삼성전자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노출된 동구권에 대한 군사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리투아니아에 1억2,500만 달러(약 1,489억 원) 상당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판매하는 안이 국무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옛 소련권 국가인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 폴란드와 함께 반(反)러시아 성향의 루블린 3자 동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17일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안전 약속 및 안전보장 조치에 관한 미·러 간 조약' 초안을 공개했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에서 나토군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거부하라는 내용이다.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든 미국이 수출 통제 검토에 나섰다는 것은 결국 러시아의 요구를 당장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에 러시아는 '가스공급 중단'과 '군사 위협'을 양손에 쥐고 나토를 압박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은 이날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야말-유럽 가스관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등과 더불어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겨울철을 맞아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에너지를 무기로 서방권 압박에 나선 것이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가동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난 9월 완공됐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대(對)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스관 가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는 이번 가스 공급 중단으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과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접경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동시에 얻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TV연설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 배치되는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공격적인 입장을 계속 보인다면 우리는 이에 대응해 적절한 군사적·기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정치·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며 거듭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일단 대화를 해보겠지만,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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