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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깝윤기'에서 '맏형'으로… "나의 스케이팅, 세계에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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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깝윤기'에서 '맏형'으로… "나의 스케이팅, 세계에 보여줄게요"

입력
2021.12.22 16:49
수정
2021.12.22 17: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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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 인터뷰
수차례 낙방 끝에 맞은 세 번째 올림픽
"안 될 거라 했지만 계속 도전"
"누구든 할 수 있다는 희망 메시지 주고 싶어"
'17만 구독' 유튜버로 '선수촌 중계'도 욕심
"평창 때 후회…올림픽 분위기 한껏 느끼겠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는 베이징올림픽을 40여 일 앞두고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버텨 내고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브리온컴퍼니 제공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는 베이징올림픽을 40여 일 앞두고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버텨 내고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브리온컴퍼니 제공

"사람들이 '너는 나이가 많아' '이제는 퇴물이야' '안 될 거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계속 도전을 했고, 결국 해내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버텨 내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해낼 수 있구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시상대에서 '시건방춤'을 추며 '깝윤기'로 눈도장을 받았던 당시 21살의 곽윤기(32)가 어느덧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이 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선다. 지난 17일 전화로 본보와 만난 곽윤기는 "이번 올림픽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다"며 사뭇 진지한 각오를 밝혔다.

밴쿠버 대회 쇼트트랙 계주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쇼트트랙 계주에서 아쉽게 4위에 그친 뒤 한동안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잘하는 후배들이 너무 많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량이 점점 떨어지는 것도 느껴졌다. 대표팀 선발전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시며 스스로도 "이제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짜릿한 승부의 맛과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금메달에 대한 갈증은 그를 결국 생애 세 번째 올림픽으로 이끌었다.


2018년 2월 22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경기 이후 곽윤기가 넘어진 임효준을 위로하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2018년 2월 22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경기 이후 곽윤기가 넘어진 임효준을 위로하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진짜' 마지막 올림픽을 앞둔 곽윤기는 더 단단해졌다. 하지만 "힘을 빼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인다. 그는 "각오가 남다르다 보니 평창 때는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이제 굳건한 각오보다는, 돌아봤을 때 '그래도 다 쏟고 왔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돌아보면 정말 모든 순간순간 후회가 남아요. 경기뿐만이 아니에요. 제가 그곳에서 준비하고 밥 먹고 잠자고 했던 모든 순간들이 조금씩 후회가 남는 것 같아요. 성적만 보고 준비했는데 성적이 없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나한테 남은 게 진짜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기분이었죠."

끈질긴 도전 끝에 다시 기회를 얻은 이번 올림픽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매일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훈련과 휴식을 반복하며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담금질 끝에 자신이 코로나19 시대의 '희망 메시지'가 되는 순간을 꿈꾼다. 그는 "어떤 결과라도, 후회 없이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저의 스케이팅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제 경기를 보면서 저 선수도 저렇게까지 해내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경기에만 매몰돼 즐기지 못했던 '축제' 올림픽을 한껏 느끼고 오고 싶은 욕심도 크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현장 분위기나 기운, 이런 것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놓친 것 같다. 마지막인 만큼 이번에는 좀 주위도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브리온컴퍼니 제공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브리온컴퍼니 제공


올림픽선수촌 등 경기 뒷이야기를 담은 유튜브도 찍어 보려 한다. 이미 대한체육회 등에 선수의 유튜브 촬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한 상태다. 그는 구독자 약 17만 명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의 운영자다. 국가대표 선수의 유튜브에 대해 처음에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특유의 진정성으로 '운동선수는 운동만 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맞섰다.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후배들을 조명하고, 쇼트트랙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지금은 동계 스포츠의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이 됐다. 이번에 메달을 따면 '메달 딴 유튜버'라는 진기록도 생긴다.

그는 "최대한 선수촌의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노력하겠다. 밖에서는 상상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궁금증을 해소해드리면 제가 정말 잘한 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독자 욕심은 없고, 쇼트트랙을 더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올림픽은 이제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희망 가득한 올림픽이면 좋겠지만 아직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여자 쇼트트랙의 양대 산맥, 최민정과 심석희의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갔다. 예전처럼 '효자 종목'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체한다. 맏형 곽윤기는 "팀원 모두 서로를 믿고 있으니 잘 헤쳐 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어수선하고 좀 힘든 상황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믿어요. 한국 사람들은 어렵고 힘들 때 더 잘 이겨나가는 힘이 있어요. 그런 상황을 많이 봐 왔잖아요. 어려울수록 샛길로 빠지지 말고 우리의 길을 걸어야 해요. 우리 팀원들은 너무 서로를 잘 믿고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잘 헤쳐갈 수 있을 거예요."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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